국무총리실 민정실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첩보 생산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이날 국무총리실 민정실을 압수수색해 문아무개 사무관의 업무 관련 기록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연합뉴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처음엔 청와대가 김기현 전 시장을 낙선시키려고 울산 경찰에 비위 첩보를 내려보냈다는 ‘하명 수사’ 의혹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송철호 현 시장 캠프와 청와대의 6·13 지방선거 전 ‘공약 설계’ 정황, 송 시장 당선을 위한 경쟁자 불출마 회유 주장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도 세 갈래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 6일 압수수색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송 시장 최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의 자택과 집무실, 차량 압수수색을 통해 ‘업무일지’를 확보했다. 이후 검찰이 김 전 시장 등을 조사하며 업무일지의 내용이 공개됐는데, 청와대의 사전 선거 개입을 의심할 만한 여러 단서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지에는 ‘송 장관(송 시장 후보) BH(청와대) 방문 결과’, ‘VIP(대통령을 뜻함) 면담 자료―원전해체센터, 국립대, 외곽순환도로’, ‘BH 회의’ 등 송 시장이 청와대 관계자들과 정책 공약을 사전 협의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 곳곳에 등장한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의 주요 인사들 이름도 나온다.
일지에는 또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불출마시키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중앙당과 BH, 임동호 제거→송 장관 체제로 정리”라는 2017년 11월 메모인데, 3개월 뒤인 지난해 2월 임씨는 청와대에서 한병도 정무수석을 만나 불출마 권유와 함께 일본 고베 총영사 등 ‘다른 자리’를 제안받았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검찰은 이 업무일지의 상당 부분이 당시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점에 주목하고,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일지와 관련자 진술에서 교차 확인된 청와대 관계자들은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이와 함께 지난 18일 하명 수사 첩보 문건을 작성한 국무총리실 민정실 소속 문아무개 행정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추가로 확보했다.
검찰은 이 세갈래 수사가 결국은 하나의 ‘접점’에서 만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일련의 계획을 세우고 집행한 ‘컨트롤타워’가 청와대 안팎 어딘가에 있다고 의심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비위 첩보나 업무 일지의 내용이 실행에 옮겨진 것으로 확인된다면 관련자들은 공직선거법의 ‘매수·이해 유도 금지’나 ‘공무원의 선거 관여 금지’ 조항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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