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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원 “개 전기도살 잔인한 행위”…도축 관행에 제동

등록 2019-12-19 17:21수정 2019-12-20 00:07

개 입에 쇠꼬챙이를 대 감전시키는 도축
동물보호법상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 해당
“개가 상당한 고통 당했으리라 추론 가능”
개 도살 방법 제한 엄격해질듯
지난해 9월27일 ‘인천 개 전기도살 사건’ 항소심을 하루 앞두고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1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동물권단체 카라 제공
지난해 9월27일 ‘인천 개 전기도살 사건’ 항소심을 하루 앞두고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1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동물권단체 카라 제공
식용 목적으로 개의 입에 쇠꼬챙이를 대 전기도살하는 행위는 정당할까? 법원은 이같은 방법을 사용한 개 도축은 동물보호법 위반이 맞다고 인정했다. 현재 대부분의 개 도축이 전류가 흐르는 전살기를 통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번 법원 판단으로 개 도축 방법에 대한 제한은 보다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는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개를 감전시켜 도살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이아무개씨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인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이씨의 경제 형편이 어렵고, 법정에서 더이상 개를 도살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점 등을 들어 2년간 이 선고를 유예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쓴 도살 방법이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동물을 죽이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동물보호법 8조는 누구든 동물에 대해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정했다. 2011년∼2016년 개농장을 운영한 이씨는 개를 묶어둔 채 쇠꼬챙이를 개의 입에 대 감전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개를 죽인 뒤엔 토치로 개의 털이 없어질 때까지 30분 정도 그슬린 후 해체 작업을 했으며, 요청을 받을 때에만 피를 멈추게 하는 방혈 작업을 해 주었다. 검찰은 이러한 행위가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잔인한’ 도살법이라 보고 그를 기소했다.

재판부는 ‘잔인함’의 의미부터 설명하며, 개에 대한 국민 정서와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판부는 “‘잔인’은 사전적으로 ‘인정이 없고 아주 모짊’을 뜻하는데, 그에 관한 논의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동하는 상대적, 유동적인 것”이라 정의 내렸다. 그러면서 “특정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은 해당 동물을 죽이는 행위 자체 및 그 방법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준다”고 했다.

그에 따라 재판부는 이씨가 쓴 도살 방법이 개에게 상당한 고통을 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의학과 교수의 전문가 증언 등을 참조해 “전기로 가축을 도살할 때에는 동물이 즉각적인 무의식 상태에 이르도록 고통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씨가 쓴 방법은 인도적 도살 방법이 아님은 물론, 개를 즉각적인 무의식 상태에 이르도록 하지도 않았다. 개에게 가한 전류가 뇌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로도 흘렀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개는 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개가 죽지 않은 채 쓰러진 후에도 전기가 잘 흐르도록 바닥을 물로 적시는 부적절한 방법을 사용했다”고도 지적했다.

개를 식용으로 도살하는 경우가 전세계적으로 드물다보니 개의 인도적 도축에 관한 연구도 많지 않아 개가 느낄 고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었다. 이씨는 이 점을 이용해 축산물위생관리법 적용을 받는 소나 돼지와 달리 개의 도축 방법은 법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아 전기도살도 허용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개가 느끼는 고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었다”면서도 미국 수의학협회의 지침이나 동물보호를 위한 국제협약 및 돼지·닭·오리 등을 대상으로 한 동물도축세부규정 등을 주요 참고 자료로 제시했다. 동물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은 동물의 도살방법 중 ‘즉각적으로 무의식에 빠드리지 않는 감전사’를 금지한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일반적으로 개가 완전하게 기절한 다음 방혈을 시행해 동물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기준을 설명하며 “이씨가 도살한 방법은 개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대책에 대한 아무런 강구 없이 상당한 고통을 가한 방식으로, 동물의 생명보호와 안전보장이라는 법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9월 대법원이 이를 뒤집는 취지의 판단을 하면서 사건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대법원은 “해당 도살방법의 구체적 행태와 그로 인해 개에게 나타나는 증상 등을 심리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칠 영향, 사회 통념상 개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동물권연구단체 피엔알(PNR)의 서국화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취지는 개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고려하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개를 어떻게 도살하는 것이 합법적인지 아무 기준이 없었다. (이번 판결은) 동물을 도살할 때 잔인한 방법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라 평가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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