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수사 의혹 톺아보기
짙어지는 의혹
송병기, 제보 당시 ‘송철호 캠프’에
청와대 알았다면 선거앞 목적 ‘공유’
제보자·송철호·행정관 접촉도 의문
옅어지는 의혹
‘김기현 첩보’ 이미 민원 제기된 사안
이첩까지 한달, 하명 치곤 너무 느려
김기현 소환 않고 1건만 수사 의아
검·경, 가명조서 공방
검찰 “경찰 조서, 송병기 이름 감춰”
경찰 “1차 보고서에 기재…인물 공유”
지역선 “고래고기 갈등 탓 논란 커져”
짙어지는 의혹
송병기, 제보 당시 ‘송철호 캠프’에
청와대 알았다면 선거앞 목적 ‘공유’
제보자·송철호·행정관 접촉도 의문
옅어지는 의혹
‘김기현 첩보’ 이미 민원 제기된 사안
이첩까지 한달, 하명 치곤 너무 느려
김기현 소환 않고 1건만 수사 의아
검·경, 가명조서 공방
검찰 “경찰 조서, 송병기 이름 감춰”
경찰 “1차 보고서에 기재…인물 공유”
지역선 “고래고기 갈등 탓 논란 커져”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점점 커지고 있다.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의 청와대 제보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하명 의혹이 짙어졌지만, 하명 수사로 보기엔 석연치 않은 대목도 있다. 두 가지 방향을 모두 암시하는 단서들도 존재한다. 이른바 ‘고래고기 사건’으로 촉발된 검경 갈등이 이번 ‘하명 수사 의혹’의 발단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 짙어지는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2017년 10월께 송 부시장의 청와대 제보 당시, 청와대가 송 부시장의 ‘정치적 위치’를 알았는지가 ‘하명’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청와대가 송철호 울산시장 쪽 사람이 된 송 부시장과 함께 의도를 갖고 첩보를 내려보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울산 지역 자유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송 부시장은 송 시장 선거 캠프의 최고 기여자”라며 “제보는 의도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송 부시장에게 적극적으로 김기현 전 시장 관련 정보를 요청했는지도 하명 의혹을 가를 요소다. 송 부시장은 지난 4일 “2017년 9~10월께 청와대 문아무개 전 행정관이 전화를 해 답을 해줬다”며 청와대가 먼저 자신에게 울산 지역의 정보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문 전 행정관과 통화하다가 언론과 시중에 떠도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을 바꿨다.
송 부시장이 제보 3개월 뒤 청와대 관계자를 만난 점도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해 1월 송철호 울산시장 등과 함께 청와대 앞 식당에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현 자치발전비서관실) 행정관을 만났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공공병원 사업’에 관해 논의했고, 이후 송 시장 선거 캠프는 ‘울산 공공병원 건립’ 공약을 만들었다.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청와대는 “자치발전비서관실 행정관이 대통령의 지역 공약 사항을 설명했다. 이는 본연의 업무”라고 해명했다.
■ ‘청와대 하명’을 이런 식으로 수사? 청와대 첩보를 전달받은 경찰이 송 부시장을 조사하면서 가명 처리를 한 것 등은 ‘하명 수사’의 냄새를 풍긴다. 그러나 경찰 수사 과정 곳곳에 ‘청와대’의 하명이라고 보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들이 있다.
경찰청은 김 전 시장 비위가 담긴 첩보를 이첩받고 한달 뒤에 이를 울산경찰청에 내려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청와대의 하명이었다면 속도가 더 빨랐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청와대 제보자’가 송 부시장이라는 점을 알고 수사를 했는지도 의문이다. 통상 첩보 사건의 경우 제보자를 가장 먼저 불러 사건의 얼개를 파악하지만, 울산경찰은 지난해 1월 수사에 착수하면서 건설사 현장소장 등을 먼저 조사했다. 송 부시장은 이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청와대에서 이첩된 제보 내용 중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1건에 그쳤고, 피고발인 신분이었던 김 전 시장은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김 전 시장 비위 내용 일부가 이미 지역 수사기관 등에 알려진 내용이기도 했다. 김 전 시장 동생에게 이권을 부탁하고 ‘30억원 용역계약’을 맺은 건설업자 김아무개 대표는 “2016년에 검찰에도 진정했다”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된 송 부시장의 ‘가명 조서’를 두고는 검경의 주장이 엇갈린다. 송 부시장은 ‘레미콘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3월 가명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경찰이 청와대 제보자인 송 부시장 이름을 조서에서 감췄다”고 의심하지만, 경찰은 “실제 수사 과정에서 검경이 가명 조서 속 인물이 누구인지 공유한다”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 ‘하명 수사’ 논란 영향 준 고래고기 검경 갈등 이른바 ‘고래고기 환부 사건’으로 촉발된 검경 갈등이 ‘하명 의혹’으로 이어진 김 전 시장 관련 사건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래고기 사건은 2016년 4월 경찰이 불법 포획 증거로 압수한 고래고기 중 상당량(27톤 중 21톤)을 검찰이 피의자에게 되돌려 준 데서 비롯됐다. 경찰이 이듬해 9월 담당 검사와 유통업자를 변론한 검찰 출신 변호사 등을 수사하면서 검경 갈등으로 비화됐다. 실제 ‘김 전 시장 측근 레미콘 특혜’ 사건에서 검경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났다. 울산경찰은 레미콘업체 대표와 비서실장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불기소했다. ‘레미콘 특혜 수사’가 고래고기 사건으로 촉발된 검경 갈등의 격전지였던 셈인데, 검찰은 격전을 치렀던 경찰 수사가 공정했는지 다시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울산 지역에서 근무한 검찰과 경찰 관계자는 “‘김기현 수사’ 과정에서도 압수수색 영장 등을 놓고 검경이 갈등했다”며 “고래고기 사건으로 촉발된 검경 갈등이 이 사건에서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울산/박준용 기자, 최우리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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