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게시글이나 댓글을 대량으로 자동 등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개발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2일 포털사이트 운용을 방해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이아무개(38)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서아무개(47)씨와 함께 2010년 8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경기 부천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자동 등록 프로그램' 1만1774개를 개발·유포한 혐의를 받았다. 이씨는 개발을 맡았고, 서씨가 판매를 담당했다. 이들이 만든 프로그램은 포털사이트에 글과 이미지를 자동으로 대량 등록해 주거나 메시지·쪽지를 반복적으로 발송하는 것들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같은 작업을 정상적으로 하는 경우보다 적게는 5배, 많게는 500배 이상의 부하(트래픽)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네이버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드루킹' 김동원 씨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매크로 프로그램'과 유사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해당 프로그램들은 네트워크에 필요 이상의 부하를 일으키고 이용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며 이씨에게 벌금 2천만원, 서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큰 부하를 유발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정보통신시스템의 운용을 방해하는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씨와 서씨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실제 네이버 등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대법원은 2심과 같은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해당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일반 사용자가 직접 작업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으로 작업을 수행한다"며 "네이버 등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의 장애가 발생한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악성프로그램의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 용도 및 기술적 구성, 작동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 설치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정보통신망 그 자체에 대한 부하를 가해서 장애를 초래했는지를 묻는 사건이고, 드루킹 사건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순위를 조작해 댓글 순위 제공 업무를 하는 포털사이트의 업무를 방해했는지 묻는 사안으로 두 사건은 관계가 없다“며 “이 판례가 드루킹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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