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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의 송병기 가명 조사, 검찰은 몰랐을까?

등록 2019-12-12 09:36수정 2019-12-12 20:11

‘김기현 사건 제보’ 송병기·경찰 협력관계 의혹 검증
경찰, 제보자 송병기 앞서 업체 관계자 조사
송병기 경찰 조사 때도 소극적 ‘전언’ 진술
가명 조사, 울산 검찰도 알았을 가능성 등 제기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첩보의 제보자인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과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과연 ‘적극적 협력’ 관계였을까. 검찰은 경찰이 송 부시장을 조사하면서 조서에 ‘가명’을 쓴 것에 의미를 부여해, 경찰과 송 부시장의 ‘협력’을 의심하고 있다. 경찰이 ‘청와대 하명수사’가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청와대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를 제보한 송 부시장의 조사 사실을 감춰줬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경찰의 송 부시장 조사 과정을 보면, 둘 사이의 ‘협력’이 적극적으로 이뤄졌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들이 있다. 또 검·경이 수사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감안하면 ‘가명조서’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경찰은 송병기가 ‘제보자’인 것 알았나

12일 경찰과 검찰 쪽 설명을 종합하면, 송 부시장은 지난해 1월과 3월 가명으로 울산지방경찰청의 조사를 받았다. 1월에는 날인을 하지 않은 면담 형태였고, 3월 말 조사에서는 참고인 신분으로 정식 경찰 조사를 받았다. 두번 다 ‘송병기’가 아닌 ‘가명’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경찰이 송 부시장을 소환하며 당시 진행한 수사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문제였다.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 울산시 고위 공무원 등과 함께 특정 레미콘 업체에 물량을 부당하게 챙겨줬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송 부시장이 청와대에 넘긴 제보에 담겼다. 청와대 설명을 보면, 2017년 10월 송 부시장이 청와대에 제보한 첩보는 경찰청을 거쳐 12월 말 울산 경찰청에 이첩된다. 울산 경찰은 지난해 1월부터 수사에 나섰다. 송 부시장은 제보 3개월 뒤 경찰 수사관을 만나 처음 가명으로 면담했고, 울산 경찰은 지난해 2월 경찰청에 “제보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보고한다. 이 때문에 경찰과 송 부시장이 협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수사 순서를 보면, 송 부시장이 ‘최초 제보자’라는 것을 경찰이 알았다는 주장엔 의문이 든다. 통상 첩보 사건의 경우 제보자를 가장 먼저 불러 사건의 얼개를 파악한다. 하지만 울산 경찰은 송 부시장 조사 전인 지난해 1월께 건설사 현장소장, 레미콘업체 관계자들을 먼저 불러 조사했다. 이후 송 부시장을 소환했다. 경찰은 송 부시장을 불러 울산시 고위 공무원이 레미콘 업체 특혜에 관여했는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송 부시장은 김 전 시장 측근 의혹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인물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경찰이 송 부시장의 ‘김기현 측근 비위’ 첩보 제보 사실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경찰이 ‘제보자를 일부러 모른 척’하며 통상적 절차와 달리 후순위로 송 부시장을 조사했을 가능성은 남는다.

■ ‘제보자’ 송병기 소극적 진술의 의미는

송 부시장은 경찰 조사에서 김 전 시장의 비위 혐의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과 3월 경찰 조사에서 그는 “누구에게 들었다”는 ‘전언’ 위주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들이 한 차례 진술조서에 기재됐다고 해도, 이 사건 수사와 재판에 미칠 영향은 적어보인다. ‘전언’이 담긴 진술은 형사소송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다.

김 전 시장 비위 첩보의 최초 제보자로 지목된 송 부시장이 ‘가명 요청’을 하고도 소극적 진술을 한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청와대에 제보를 할 정도의 ’적극성’이라면 수사가 빠르게 진척되도록 비위 혐의에 대해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진술을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 송병기 ‘가명조사', 검찰은 몰랐나

송 부시장 이름을 경찰이 조서에서 감췄지만, 검찰이 이를 알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송 부시장이 경찰에서 ‘가명조사’를 받더라도, 검찰을 포함한 수사기관은 당사자가 누군지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을 보면, 검사나 수사관은 조서 등에 기재하지 않은 인적 사항을 ‘신원관리카드’에 등재해야 한다. 검찰은 이를 경찰로부터 송부받고, 법원 또한 이 카드에 대해 열람을 요청할 수 있다.

통상 가명조서라 해도, 검찰과 법원에 실명이 공유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이름을 숨겨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이 송 부시장을 1월 가명 조사한 뒤 작성한 수사 보고서에는 ‘송병기'라는 이름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도 송 부시장의 신원관리카드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하명 수사’ 국면에서 ‘가명 진술’이 큰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가명 조사가 특별하게 거론되지만, 수사 실무에서 종종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검찰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찰 수사 과정에서는 가명 진술 조서 속 인물이 송 부시장이라고 알기 어려웠다.(사건이)송치된 뒤에 실명을 알 수 있었다”면서 “송 부시장 진술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울산/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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