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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경심 표창장 위조’ 무리한 기소? 법원, 공소장 변경신청 불허

등록 2019-12-10 22:02수정 2019-12-11 10:22

법원 “중대 변경돼 동일성 없다”
사건기록 공유 지연도 질타
“이런 식으로 하면 보석 검토”

공주대 인턴경력 의혹 관련
“대학 자체 판단 존중” 밝히기도

검 반발 “재신청, 안되면 추가기소”
변호인 “기소 성급, 이제 법원의 시간”
구속영장심사 출석하는 정경심 교수. 연합뉴스
구속영장심사 출석하는 정경심 교수. 연합뉴스
“이제 법원의 시간이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의혹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10일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사실상 같은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며 불허했다. 정 교수 쪽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를 서두른 결과라며 “무죄 가능성도 있다”고 고무된 반응을 내놨다. 재판부는 검찰이 사건 기록을 정 교수 쪽에 공유하지 않을 경우 “보석을 검토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다시 요청할 방침이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는 정 교수의 세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존 공소장과 검찰이 변경 허가를 요청한 공소장을 비교할 때 “사건 공범과 범행 일시, 장소, 범행 방법, 행사 목적 모두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지난 9월 첫 공소장에 담긴 정 교수의 범행 일시와 장소, 공범 등 다섯 항목의 변경을 요구했다. 범행 일시는 2012년 9월7일에서 2013년 6월로, 범행 장소는 동양대학교에서 서울 서초구 정 교수 자택으로 바뀌었다. ‘성명 불상자’였던 공범은 조 전 장관의 딸로 기재됐고, 범행 방법은 ‘컴퓨터 파일로 표창장을 출력해 직인을 임의로 날인하는 방식’에서 ‘캡처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인을 위조한 것’으로 변경됐다. ‘유명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서’라는 범행 목적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서류 제출과 관련해서’라고 특정했다. 재판부는 “어느 하나라도 동일하면 공소장 변경이 가능하지만, 다섯가지 항목이 모두 중대하게 변경된 이상 공소장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판부 판단은 지난 9월 검찰의 기소가 성급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당일인 9월6일 밤 정 교수의 공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2012년 9월7일 발급된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정 교수가 위조했다는 혐의(사문서위조)로, 해당일은 사문서위조죄의 공소시효(7년)가 만료되는 날이었다. 이후 검찰은 추가 수사를 벌여 지난달 11일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14개 범죄 혐의를 적용해 정 교수를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기본은 피고인이 딸 조아무개씨에 대해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이다. 일시나 장소 등 부수적인 사실만 구체화해 공소장을 변경한 것인데, 변경을 불허한 재판부 결정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검찰 반발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검사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나. 자꾸 그러면 퇴정을 요청하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한차례 더 신청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재판이 끝난 뒤 정 교수 쪽 김칠준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검찰 주장에 따른 검찰의 시간이었다. 법정에서 변호인과 검사가 증거를 공유한 뒤 그에 대해 내린 법원의 판단이 최선의 진실이다. 이제 법원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법률로써가 아니라 정무적, 정치적 판단하에 서둘러 기소했던 것이 끝내 법적으로 이렇게 귀결됐다. 비정상적인 검찰권 행사의 한 단면을 오늘 재판을 통해 보여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정 교수 딸이 공주대 인턴 경력을 꾸몄다는 의혹에 대해 공주대 판단을 확인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상 학문의 자유의 하나로 대학 자율권이 보장되는 만큼, 재판부 입장에서는 대학 자체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정 교수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19일이다.

고한솔 장예지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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