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이달부터 시행되면서 언론의 수사 감시 기능이 약화되고 국민의 알권리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검찰은 ‘감찰무마’ ‘하명수사’ 의혹의 핵심 인물인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을 최근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고, 4일 이뤄진 청와대 압수수색도 소극적으로 공보하고 있다. 중요 사건 수사가 ‘깜깜이’로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동부지검은 전날 밤 <제이티비시>(JTBC)가 보도한 ‘검찰이 백 전 민정비서관을 불러 조사했다’는 내용을 기자들에게 확인해주지 않았다. 정규영 서울동부지검 전문공보관은 소환 여부를 묻는 <한겨레> 질문에 “새 공보방침에 따라 백 전 비서관 소환 조사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사건 관계인의 출석, 조사 사실 등 수사 상황을 알릴 수 없도록 한 새 규정을 이유로 확인을 거부한 것이다.
실제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에서 핵심 인물로 꼽히는 백 전 비서관의 소환 여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 전 비서관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 결정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의 첩보 제공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까지 그의 소환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는 2~3곳에 불과하다. 실제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을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부지검은 이날 오전 10시께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는 보도 뒤 기자들의 확인 요청에 “수사 상황을 알려줄 수 없다”고 반복해 말하다가, 압수수색을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서야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중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 사건의 수사 착수 사실 등’의 공보 자료”라며 압수수색 사실을 공개했다. 청와대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널리 알려진 압수수색 여부에 대해 비교적 신속하게 확인해주던 기존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국민의 알권리와 수사의 밀행성에 조화가 필요하다”며 “공적 관심이 높은 사건의 진행 상황조차 알려주지 않는 것은 지나치다. 이는 수사 기밀 누설과 상관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공보관에게 맡긴 일선 검찰청의 공보 업무도 사실상 중단됐다. 기존에는 수사를 지휘하는 차장검사들이 공보관 업무를 겸해왔으나, 규정 시행 이후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 인권감독관(부장검사급)이 전문공보관으로 기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서울동부지검 정 공보관은 사건과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나는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서울동부지검은 같은 날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유 전 부시장 사건 수사의 공개 여부를 결정했으나, 회의 결과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서부지검도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어 “기소 전 사건·불기소 처분한 사건은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일체 공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최우리 배지현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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