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앞 검찰 깃발.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i.co.kr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 출신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백아무개 수사관의 휴대전화는 그의 죽음은 물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한 의문점을 풀어줄 핵심 단서다.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이 드러날지 관심이 모인다. 현재 청와대는 “하명 수사는 없었다”고 부인하며 검찰이 별건 수사를 통해 그를 압박했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은 반대로 하명 수사 등 청와대에서의 부적절한 활동이 그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백 수사관이 남긴 통화 내역과 녹음파일, 문자메시지, 다이어리 일정 등을 통해 백 수사관의 행적을 최대한 복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검찰은 그의 사망 경위를 확실하게 확인할 방침이다. 현재 그의 죽음을 놓고 다양한 추측과 억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수사해 진상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시장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그가 청와대 관계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를 우선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에서 근무하던 백 수사관에게 청와대 관계자들이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의 조사 상황을 묻기 위해 연락했거나 만났는지 등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해 이뤄진 김 전 시장 관련 경찰 수사가 청와대 하명으로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첩보 작성 주체와 가공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백 수사관이 이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산하에서 일했던 만큼 청와대 여러 인사가 그에게 연락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의 사망 경위 확인과 함께 백 수사관이 김 전 시장의 첩보 보고서 작성과 가공, 전달 등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윗선의 움직임은 어땠는지를 파악하는 데도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의 주장대로 백 수사관이 검찰의 별건 수사로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지난 2일 백 수사관과 울산에 동행한 또 다른 행정관의 말을 공개하며 사실상 검찰의 별건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백 수사관이 지난달 22일 울산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직후 동료 행정관에게 “앞으로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 사실을 공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하명 수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백 수사관이 (김 전 시장) 선거개입 범죄를 덮으려고, 또 청와대 압박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브리핑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최우리 박준용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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