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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회 문턱 못 넘는 ‘국가 주도 돌봄’ 사회서비스원

등록 2019-12-01 21:22수정 2019-12-02 02:37

성동종합재가센터의 사례
시급 요양사 정규직 고용 팀제로
오전·오후 2명1조로 방문서비스
민간 꺼리던 중증 돌봄까지 거뜬

정부 소극적 태도도 ‘한몫’
시범 4곳에 12억 주곤 ‘알아서’
민간 반발에 서비스 개선 손 놔
국회 복지위 소위도 통과 못해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은평종합재가센터 구인수 요양보호사가 방문요양을 받는 어르신에게 휴대전화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거주공간 위생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남자 요양보호사를 포함한 3명이 함께 대청소를 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제공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은평종합재가센터 구인수 요양보호사가 방문요양을 받는 어르신에게 휴대전화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거주공간 위생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남자 요양보호사를 포함한 3명이 함께 대청소를 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제공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80대 김순이(가명)씨는 암 투병에 낙상 사고까지 겹쳐 온종일 누워 지낸다. 함께 사는 아들도 몸이 불편하니 끼니조차 챙겨줄 이가 없다.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김씨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로 판정돼, 하루 최대 3시간 민간 방문요양기관의 돌봄을 받았다. 그런데 김씨를 돌보는 요양보호사마다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있는 아들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성동종합재가센터는 요양보호사 1명으론 돌봄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김씨 사례를 민간에서 넘겨받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루 3시간 돌봄을 식사 시간대에 맞춰 오전 9시~10시30분, 오후 2시~3시30분으로 나누고, 2명으로 구성된 2개 조가 김씨를 보살핀다. 저녁 식사는 에스에이치(SH)공사 차원의 사업 연계로 해결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돌봄 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는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 지역으로 서울·경남·대구·경기를 선정해, 서울·경남·대구 사회서비스원이 출범한 상태다. 사회서비스원이 민간 기관에선 적절한 돌봄을 받기 어려웠던 김씨 같은 경우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돌봄 서비스 실험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의 소극적 정책 추진과 근거법 부재 등으로 사회서비스원 설립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을 주목하는 이유는 공적 재원을 투입하는 노인·장애인·보육 같은 돌봄 서비스를 지자체가 민간에 맡겨놓고 질 관리와 책임을 소홀히 한 결과, 과당 경쟁과 운영 과정의 불투명성, 고용 환경 악화, 서비스 질 저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광역 지자체가 설립하는 사회서비스원은 종사자를 직접고용해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민간 기관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김씨 사례만 봐도 현행 제도상 ‘시급’(2018년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 8382원)을 받는 민간 기관 요양보호사가 두 번씩이나 돌봄 대상자 집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올해 3월 설립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성동·은평·강서·노원구 등에 종합재가센터 문을 열어, 시급제로 일해온 방문요양보호사와 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을 월급제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들은 하루 8시간 근무를 하면서 혼자가 아닌 팀 단위로 어르신·장애인을 돌보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시 성동종합재가센터에서 만난 요양보호사들은 고용과 돌봄 형태의 변화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 6년간 민간 기관에서 방문요양보호사로 일하다 이 센터로 옮긴 권연숙(55)씨는 “예전엔 한 달에 한 번 돌봄 기록지 제출을 위해 센터에 들렀을 뿐 직장에 대한 소속감이 전혀 없었다”며 “다른 선생님들을 볼 수 있고 개인사정이 생기면 서로 도와줄 수 있어, 하는 일에 대한 만족감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성용숙 성동종합재가센터장은 “중증장애인 돌봄처럼 노동 강도가 세거나 출·퇴근 활동지원 같은 단시간 서비스는 수익성이 떨어져 민간에서 서비스를 꺼린다.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며 “기존 복지 제도를 넘어 이용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회서비스원 설립안
사회서비스원 설립안

이 같은 장점에도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시범사업 지역에 사회서비스원 설치·운영비로 평균 12억4천만원만 지원했을 뿐 돌봄 질 개선에 대한 대책과 그에 따른 비용 마련을 모두 지자체에 맡겨놓았다. 공공 사회서비스에 대한 추가 지원은 불공정하다는 민간 반발을 수용한 까닭이다. 방문요양 같은 시급제 일자리를 월급제로 전환한 지자체도 아직은 서울뿐이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노인요양장기보험, 장애인 활동지원 등 각 제도에 따라 받는 수가(관리운영·인건비 등 서비스 비용)와 국비 12억원 뿐 아니라 시비 59억원을 더해 사업을 진행해 왔다. 김보영 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는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해 시설만 몇 개 운영한다고 돌봄 질이 자동으로 좋아지지 않는다”며 “정부가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취약한 질을 어떻게 더 높일 것인지 명확한 방향과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주요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10%도 못 미치는 공공 공급 규모가 획기적으로 확대돼야 질 개선을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지난 3월 복지부 계획을 보면, 2022년까지 전국 시도에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해 어린이집·요양원 등 국공립 복지시설 800여 곳, 종합재가센터 135곳을 운영하고, 최대 6만3천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어린이집 교직원 33만여명, 요양보호사 40만명가량인 점을 고려할 때 사회서비스 중 아주 작은 일부다.

문 대통령 임기가 절반이 지나는 동안 사회서비스원 근거법도 마련되지 않았다. 2018년 발의된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률안’은 자유한국당 등의 반대로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법 제정이 지연되면서 사회서비스원이 신축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자 공모에서 탈락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복지부는 내년 예산안에 사회서비스원 추가 설립을 위한 120억원만 반영했으나 야당 의원들은 근거법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전액 혹은 82억원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27일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어 “일부 민간 공급자 등 이해당사자 반발에 직면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국회 보건복지위에 촉구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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