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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식품 군납업체 ‘억대 뇌물’이 군사법원장에게 향한 이유는

등록 2019-11-25 05:00수정 2019-11-25 08:13

방위사업청에 불량 패티 적발되자
법무질의로 유리한 답변 받아내려
이동호 전 법원장 ‘해결사’로 선택
“폐쇄적인 군 사법체계 뚫려”
전문가들, 군법무관 순환 근무 지적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호(53) 전 고등군사법원장이 경남의 ㅁ식품업체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지난 20일 구속됐다. 비위사실이 불거지고 국방부가 이 전 법원장을 파면한 지 이틀 만이다. ‘별 하나(준장)’인 고등군사법원장은 군 안에서 법무관이 진급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강성용)는 ㅁ업체가 왜 군납과 무관한 이 전 법원장에게 뇌물을 줬는지 살피는 한편, ㅁ업체가 다른 군인들에게도 향응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군대 내 법률해결사 ‘군 법무관’

2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2007년부터 방위사업청에 돈가스·어묵·생선까스 등을 공급하던 ㅁ업체는 2015년 방위사업청 기준에 미달하는 식품을 납품하다 발각돼 군납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불고기패티와 돈가스를 납품하면서, 단가를 낮추기 위해 고기양은 줄이고 전분량은 늘린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ㅁ업체는 ‘불량 패티 납품’ 문제가 불거지자 자신들을 관할하는 52군수지원단에 요청해 상급부대 법무실로 법무질의를 올렸다. 법무질의는 법령이나 규칙 해석에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 상급부대 법무실에 법령해석을 요청하는 제도로, 법적구속력은 없지만 예하부대는 상급부대의 회신을 일종의 명령으로 받아들인다. ㅁ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군납업체는 법무질의를 잘 모르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급양대 관계자가 법무질의 제도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ㅁ업체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무 답변을 받아내야 했다. 이때 ㅁ업체 정아무개(45) 대표가 찾아낸 ‘해결사’가 바로 군법무관인 이동호 전 법원장이었다. 정 대표는 2015년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 법무참모였던 이 전 법원장에게 수차례 현금을 건넸다. 검찰은 상급기관 법무관으로 있던 이 전 법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해, 후배 법무관들로 하여금 ㅁ업체에 유리한 법무질의 ‘답변서’를 쓰게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군 법무관의 영향력을 확인한 ㅁ업체는 이때부터 최근까지 이 전 법원장을 관리하며 한 달에 수백만원의 현금을 전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ㅁ업체 관계자들을 조사하며 정 대표가 무자료 거래 등의 방법으로 수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ㅁ업체가 이 전 법원장뿐 아니라 군 안팎 관계자를 두루 관리한 정황을 포착하고, 비자금 사용처를 추적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 검사를 수사팀에 파견했다.

■ 허점 드러낸 폐쇄적 군 사법체계

향후 검찰 수사의 핵심은 이 전 법원장이 법무관들에게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군 전문가들은 ㅁ업체가 폐쇄적이고 왜곡된 군 사법체계의 허점을 제대로 뚫었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군법무관은 법원과 검찰, 법무참모 업무를 구분하지 않고 순환 근무하는데, 이런 구조 탓에 ‘선배’인 군 고위직 법무관들이 후배의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종속적인 관계가 만들어진다. ㅁ업체가 이를 파악하고 군 고위직 법무관들을 관리했다는 설명이다.

군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장기 군 법무관으로 일하는 이들은 직책에서 독립적인 법률 업무 수행을 떠나, 인사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급 군 법무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법무 병과는 별도의 인사체계를 갖고 있는데, 그런 조직은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 주요 사건들이 은폐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를 경험한 이들도 있다.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군에 근무할 때, 군 검찰은 (상급자인)부대 법무 참모가 통제하고 있었다. 군 판사는 상급자가 직접 통제하지 않지만, 군 검사와 판사가 같은 건물에 함께 일해서 영향을 받는 구조다. ‘법무질의’도 마찬가지로 상급부대 법무실 의사가 많이 반영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 법원장은 육군 1군사령부 법무참모, 국군기무사 법무실장, 육군본부 법무실 법무과장, 국방부 법무담당관 등 법무병과 주요보직을 거친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검찰 또한 이런 구조를 인지하고,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면, (이 전 법원장이) 법무질의 요청을 종용하고, 유권해석 권한이 있는 하위 부대 법무 부서에 다시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폐쇄적인 군 사법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고등군사법원을 민간에 이양하는 방안이 담긴 개혁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해 10월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이, 올해 5월 정부안이 발의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법안처럼 재판을 상당 부분 민간에 이양하게 되면, 군 사법 절차에서 외압으로 인한 문제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춘화 박준용 임재우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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