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불법촬영 사진’ 등이 판결문에 공개돼 피해자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검찰청이 불법촬영 사진을 공소장에 첨부하지 말라고 일선청에 지시했다. 공소장에 불법 사진을 싣지 않으면 판사가 판결문에 이를 첨부하는 사례가 줄어들 수 있다.
대검 관계자는 “13일 공소장과 불기소장에 불법촬영 사진을 첨부하지 말라는 업무연락을 일선청에 보냈다. 최근 판결문에 불법촬영 사진이 첨부돼 논란이 일었던 것과 관련해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18일 밝혔다. 공소장은 범죄 사실을 정리한 문서로, 형사재판 때 판사에게 제출된다. 공소장에 불법 사진을 담지 않더라도 사건기록 등에 담기기 때문에 판결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지난달 28일 의정부지방법원 형사1부(재판장 오원찬)가 레깅스 입은 여성을 불법촬영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해당 판결문에 무단 촬영된 피해자 사진을 함께 실어 2차 가해이자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한겨레> 11월4일치 2면) 의정부지법 형사1부뿐만 아니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2단독 장원석 판사도 가해자가 불법촬영한 사진을 공소장의 별지인 ‘범죄일람표’에 있다는 이유로 판결문 3건에 그대로 실어 논란이 됐다.(<한겨레> 11월12일치 9면) 이 때문에 법원뿐 아니라 검찰 기소 단계에서부터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판사들 모임인 대법원 젠더법연구회는 재판 과정에서 소송 관계인의 개인정보와 인격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침해됐을 경우 구제방안을 연구하는 ‘재판 다시 돌아보기팀’을 만들었고, 20여명이 가입했다. ‘재판 다시 돌아보기팀’ 관계자는 “특히 성폭력범죄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나 사생활 등이 공개되거나 인격권이 침해될 수 있으므로 재판 전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법원 스스로도 재판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정보를 소홀히 하거나 인격권 등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리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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