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편집하지 않은 책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간하고 홍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인묵(61) 양구군수가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군수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대법원은 “책에 피고인 ‘편저’라고 표시한 것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출판기념회 등에서 ‘저서’ 내지 ‘저자’라는 표현을 쓴 부분에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한다는 범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 군수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선거에 앞서 조 군수는 2017년 1월께 정치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책을 출간하기로 하고 출판업자 이아무개씨가 갖고 있던 원고를 ‘육도삼략, 6가지 지혜로 3가지 전략을 얻어라’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간하면서 ‘조인묵 편저’라고 적었다. 또 지난해 2월 강원 양구 양구문화복지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면서 문자메시지와 에스엔에스(SNS)로 홍보하고 북 토크쇼와 저자 사인회 등의 행사를 열었다. 검찰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지난해 12월 조 군수를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책은 중국 고전인 ‘육도삼략’의 번역을 기본으로 하는 창작물로서 저작권법상 2차적 저작물의 성격을 가진다”며 “단순히 번역한 것이 아니라 그 구성요소들을 분석하여 선별하고 재배치하는 등 편집한 면에서는 원고 작성자, 이씨, 피고인이 각자 기여하여 공동으로 작성한 2차적 저작물이자 편집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당사자들 사이의 약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편집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갖는다고 할 수 있고 이를 ‘편저’로 표현한 것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자신의 책이라고 홍보한 것에 대해서도 “자신이 직접 이 책을 쓴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2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편집저작물인 이 사건 책의 편집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것”이라고 봤다. 또 조 군수가 출판기념회를 알리기 위해 ‘저서’ 또는 ’저자’라고 표현한 것도 ‘넓은 의미의 저서’를 표현했을 뿐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고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이 책을 직접 확인해 조 군수가 ‘편저자’인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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