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일간의 수사 끝에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14가지 혐의로 구속기소된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불법행위에 조 전 장관이 얼마나 ‘공모’했는지 조사하는 한편, 조 전 장관의 뇌물혐의 입증에 집중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유력한’ 출석일로 예상된 이날 아침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은 취재진과 지지자들로 북적였지만 조 전 장관은 외부인과 접촉하지 않고 조사실로 올라갔다. 추운 날씨에도 검찰에 출석하는 그를 응원하기 위해 장미꽃을 사 들고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그가 이미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뒤 아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조 전 장관은 본인이 장관 시절 추진한 ‘공개소환 폐지’ 정책의 첫 혜택을 받는 ‘공인’이 됐다.
검찰은 이날 조 전 장관에게 자녀 입시비리 관련 의혹과 부인의 차명투자 의혹 등 그동안 제기됐던 여러 의혹을 질문했지만, 조 전 장관은 일체 진술을 거부했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는 한마디라도 들어야 하는데, 조 전 장관 쪽이 전략을 잘 세운 것 같다”며 “부인이 이미 구속된 상황이라 진술거부 자체가 그의 신병처리에 영향을 끼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관련 의혹 중 부인이 주식투자를 통해 얻은 부당 이득과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받은 장학금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또 정 교수가 2차전지 업체인 더블유에프엠(WFM) 주식 14만4300주를 시세보다 싼 7억1300만원에 사 2억8천만원의 부당이득을 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 교수에게 주식을 판 우아무개 전 더블유에프엠 대표 등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으로부터 사업상 도움이나 편의를 받기 위해 주식을 싸게 넘겼다면, 조 장관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생긴다. 다만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조 전 장관이 주식 구입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정 교수가 지난해 1월 더블유에프엠 주식 12만주(6억원)를 사들일 때, 조 전 장관이 5천만원을 이체한 사실을 단서로 보고 있다.
조 전 장관의 딸이 노환중 부산대 의대 교수에게 받은 1200만원의 장학금 역시 뇌물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조씨는 2016년부터 6학기 연속 200만원씩 장학금을 받았는데, 노 교수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었던 지난 6월 부산의료원장에 선임됐다. 검찰은 장학금 1200만원을 노 원장 개인 돈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조 전 장관의 뇌물죄 혐의가 짙어질 수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과 13일 두차례 노 원장을 불러 조사했다. 두차례의 유급에도 6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만큼, 검찰은 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딸이 받은 장학금이 조 전 장관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혹도 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은 직무에 관련 없이 1회에 100만원 혹은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수 없다. 조씨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장학금을 받았다면 문제 될 게 없지만, 지급 기준을 무시하고 장학금이 지급됐다면 조 전 장관의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딸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위조에 개입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2009년 서울대 법대 교수였던 조 전 장관이 임의로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했다고 보고 있다.
황춘화 강희철 기자
sflow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