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노동자들이 고립돼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경찰이 지난 7월 3명이 숨진 서울 양천구 빗물펌프장 참사 관계자들을 폭우 예보에도 안전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검찰에 넘긴다고 밝혔다. 일부 유가족은 서울시와 양천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공사현장 관리·감독 및 안전조치 미흡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공사업체 관계자 8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서울시 공무원 1명, 양천구청 공무원 1명, 시공사인 현대건설 직원 2명, 하청업체 직원 2명, 감리 2명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서울시 공무원 1명, 현대건설 직원 1명, 협력업체 직원 1명, 감리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유가족들과 합의 등을 이유로 검찰에서 불청구됐다”고 설명했다. 양천구청이 아닌 서울시 공무원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서는 “수문 개폐권한은 양천구청에 있지만, 서울시가 발주처로서 모든 관리·책임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합동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폭우에 대비한 예방조처가 미흡했다고 결론 내렸다. 사고 당일 강우 예보가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노동자를 투입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공사 관계자 모두에게 사고 책임이 있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 도시기반본부는 발주처로 현장 총괄 관리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거나 현장 지도 점검을 하지 않았고, 현장 감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이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천구청은 시설운영주체로 강우 시 수문을 자동개폐로 설정해 노동자의 위험이 예상됨에도 이에 따른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직원·하청업체 직원·감리에 대해서는 “공사현장의 안전관리 주체로서 공사 시점이 우기이며 시운전과 공사가 동시에 이뤄져 충분히 위험이 예견됨에도 현장관리를 소홀히 하고 비상시 안전관리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터널 내부에 무선 중계기를 설치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과실책임을 물었다. 경찰 관계자는 “관계자들이 빗물펌프장 시운전 때 물이 차면 감전의 위험이 있어서 설치된 중계기를 치웠다고 진술했다”며 “철거해도 임시 중계기를 설치할 수 있었는데 이를 무시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노량진 수몰 사고 이후 마련된 ‘경보시설 설치기준’에는 지하터널과 같은 곳에 무선 중계기 등 전파시스템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방수문을 닫은 것이 피해자의 사망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방수문을 닫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6만1천톤의 물이 쏟아져 밖으로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31일 서울 양천구 빗물펌프장 공사현장에서 폭우가 쏟아져 터널 안에 있던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하청업체 직원 2명은 일상 점검차 터널에 내려갔고, 현대건설 직원 ㄱ씨는 이들을 구하고자 내려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ㄱ씨의 아버지는 “서울시와 양천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중”이라며 “이 사건에는 엄연히 공무원들의 책임이 있다. 그간 서울시에서 책임을 회피해왔는데 국감에서 시인하는 부분들이 나오는 걸 지켜보면서 소송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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