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네 모녀가 지난 9월 집을 방문한 도시가스 검침원에게 요금 감면을 문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네 모녀의 주검이 발견된 당일 경찰에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했다고 밝힌 도시가스 검침원 ㄱ씨는 4일 <한겨레>와 만나 “지난 9월1일 마지막 가스 검침을 위해 방문했을 때 낮 시간이었음에도 가족이 모두 집에 있어 의아했다”며 “네 모녀 가운데 딸 한 명이 ‘도시가스 요금 감면이 되느냐’고 물어왔고, ‘소득이 있으면 안 된다. 경감 세대 여부는 주민센터에서 통보받아야 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당시 가스레인지에 음식을 해먹은 흔적이 거의 없었고 보일러 온수도 꺼져 있어 이유를 물었더니 ‘요금이 많이 나올까봐 그랬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네 모녀는 이후 두 달 동안 도시가스 요금을 내지 못했다.
네 모녀는 평소 이웃 주민들과 접촉하지 않고 고립된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네 모녀 집 바로 앞에서 가게를 하는 ㄴ씨는 “오다가다 할머니 얼굴만 봤을 뿐 전혀 모르고, 그나마 오래 전부터 보지도 못했다”며 “언젠가부터 그 빌라에서 냄새가 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끔찍한 일은 상상도 못했다. 그 집에 살던 사람들도 1층 공사가 잘못되어서 냄새가 올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주민 ㄷ씨는 “네 모녀가 살던 빌라는 최근에 리모델링했고, 입주민들이 외제 차를 타는 집이다. 월세도 비싼 걸로 아는데 뉴스를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쪽 설명을 종합하면, 네 모녀는 최근 경제적으로 급격히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 모녀는 지난 7월 서울시의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인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상담했다. 성북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우리 주민센터에 있는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직원에게 한 차례 방문 상담을 왔는데 긴급 구제 대상이 아니었고, 상담 내용도 기초노령연금 계좌이체 건이었다. 다만 채무상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상철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기획위원은 “복지 정책은 가계 자산을 기반으로 짜이기 때문에 네 모녀의 경제 상황이 최근 급격히 추락한 것이라면 복지 정책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며 “네 모녀의 비극은 복지 시스템이 포괄할 수 없는 대상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4일 현장 감식을 진행한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수사는 범죄 혐의의 여부, 타살이냐 아니냐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금융, 채무 관계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에 있지만 수사 사항이라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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