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로 ‘5·18민주화운동’ 알림이로 활동중인 전남대 주먹밥팀 이수민·김선찬·임은교·박혜민씨(맨왼쪽부터).
“5·18이 조선시대보다 훨씬 가까운 역사인데, 먼 옛날 이야기 같았어요.”
문화재청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로 5·18민주화운동을 알리고 있는 이수민(24·전남대 사학과 4)씨는 29일 “사실 고등학교에서 국사를 배울 때 현대사는 수능 비중이 적어 5·18을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인 이씨는 2017년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18 전야제’ 때 오월이 마음 속 깊이 다가왔다. “소복을 입은 오월 어머니들도 직접 뵐 수 있어 뭉클했고, 전일빌딩이 주는 울림도 컸어요.”
이씨는 이런 인연으로 지난 4월 문화재청이 뽑은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에 도전했다. 이씨는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이 2011년 유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너무 모른다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이씨는 김선찬(26·사학), 박혜민(21·사회학), 임은교(21·사학)씨와 주먹밥팀을 꾸려 지킴이에 응모해 선정됐다.
주먹밥팀은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12차례에 걸쳐 중·고교생과 고려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5·18 알리기에 나섰다. 이씨는 “일단은 관심 끌기 위해 영화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의 주요 영상 장면을 편집해 보여준다”고 했다. 5·18 사적지들을 판으로 삼아 윷놀이를 한 것도 주효했다. 이씨는 “말이 선 5·18 사적지에서 1980년 5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모르면 이동할 수 없도록 규칙을 정했다”고 말했다.
전남대 주먹밥팀이 직접 제작한 5·18 휴대전화 꽂이.
이들은 주먹밥을 나눠주는 시민들과 총을 든 시민군의 모습을 담아 직접 디자인한 휴대전화 꽂이와 5·18 배지도 제작했다. 이 두 가지 5·18 상품을 시민 창작물 판매 누리집인 ‘텀블벅’(www.tumblbug.com)에 올려 지금까지 60만원 어치를 판매했다. 이씨는 “앞으로 수익금은 5·18기념재단에 기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5·18 휴대전화 꽂이는 ‘2019 광주 청년역전스토리 소셜굿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도 선정됐다.
주먹밥팀은 자신들이 80년 5월로 돌아가 5·18 주역들에게 직접 5·18 기록물의 중요성을 듣는 타임슬립 방식으로 5분짜리 다큐멘터리도 제작했다. 이 영상은 한국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문화유산채널 영상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이씨는 “5·18을 잘못 이해하고 있던 학생들도 5·18 기록물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이라고 하면 다시 바라봤다. 정부와 자치단체에서 나서서 5·18기록문화유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