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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간첩조작사건 고문피해자 사진치유전 열려

등록 2019-10-28 22:00수정 2019-10-28 22:01

<나는 간첩이 아니다-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그들의 이야기> 사진전 개최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간첩조작사건 고문피해자가 직접 찍은 사진 전시

대표적인 국가폭력의 현장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에서 고문피해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로 구성된 사진치유전이 열린다.

사진치유전문 ㈜공감아이(대표 임종진)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와 10월 31일부터 11월 17일까지 민주인권기념관 5층(옛 남영동 대공분실) 조사실에서 간첩조작사건 고문피해자가 직접 찍은 사진 200여점으로 구성된 자기회복 사진치유전 <나는 간첩이 아니다-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그들의 이야기 : 간첩조작사건 고문피해자 자기회복 치유사진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진치유전은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조작된 74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 79년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 82년과 86년 재일교포 간첩 사건 피해당사자 5명이 고통스런 기억의 공간과 삶의 환희를 느끼는 대상과 지속적으로 마주하면서 스스로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가는 여정 자체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할 만 하다.

고 김태룡씨가 찍은 남영동 대공분실조사실. 사진제공 공감아이
고 김태룡씨가 찍은 남영동 대공분실조사실. 사진제공 공감아이

전시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통해 결백함이 인정되었지만 사건 당시 공권력의 무자비했던 고문과 긴 수형 생활로 인해 심각한 수위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지닌 채 오랫동안 살아와야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번 전시는 피해당사자가 자신에게 내재된 트라우마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면서 훼손된 자존감과 망가진 일상성을 회복해 가는 자기회복의 시간을 소개하는 자리이면서 어렵게 되찾아가는 자신의 존엄성을 시민들과 나누고자 하는 의지를 준엄하게 담았다. 특히 참가 피해당사자 중 고 김태룡, 김순자씨는 전시공간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실제 고문을 받았으며 참가자 모두 과거 이문동 중앙정보부, 서빙고 보안대, 제주보안대 및 경찰서 등지에서 강압적 고문을 받은 피해당사자들이다.

강광보씨가 찍은 옛 제주경찰서 터. 사진제공 공감아이
강광보씨가 찍은 옛 제주경찰서 터. 사진제공 공감아이

따라서 진실규명이라는 역사적 당위성 못지않게 인간으로 누려야 할 일상성을 회복하려는 자구적인 노력의 결과물로서 이번 전시는 단순히 사진작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고문 피해당사자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스스로 극복하며 어떻게 자기치유 행위를 이뤄냈는지를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전시는 민주인권기념관 5층 16개 수사실 중 13개 방을 전시장으로 삼아 총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한다. 1, 2 섹션 별 방의 문마다 피해당사자의 셀프 포트레이트(self-portrait:자화상)가 전시될 예정이며, 이는 이 전시가 아픈 역사의 재확인이 아니라 존엄한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성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선 이사장은 "옛 남영동 대공분실 5층 조사실에서 고문피해자들을 위한 전시를 열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어두운 과거의 공간을 현재의 자기극복 과정을 담는 공간으로 바꾸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개최 소감을 밝혔다.

김순자가 찍은 남영동 대공분실 원형계단. 사진제공 공감아이
김순자가 찍은 남영동 대공분실 원형계단. 사진제공 공감아이

또한 국가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지금 여기에>의 의뢰를 받아 지난 3년간 이 전시에 참여한 피해당사자들과 사진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사진치유전 기획자 ㈜공감아이 임종진 대표(한국사진치료학회 이사)는 “과거의 고통스런 아픔에 대한 확인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기 위한 치유와 회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대면의 도구인 사진행위를 통해 스스로 상처의 기억과 마주하고 동시에 존엄한 원존재로서의 자신을 확인하면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세상에 전하는 자리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임대표는 “상처와의 대면은 고통의 기억이 스민 공간들을 통해서 그리고 원존재와의 대면은 환희를 느끼는 대상과의 조우를 통해서 이미지로 재현된 것이며, 이 두 가지의 상반된 기억과 감정을 스스로 접한 지난 3년의 시간은 피해당사자들이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확인하는 귀한 시간”이다. 동시에 “예술가의 힘을 빌지 않고 피해당사자가 직접 치유와 회복을 이룬 정점의 순간들을 전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시민들이 이 전시를 가슴으로 살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시 <나는 간첩이 아니다-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그들의 이야기>는 10월 31일부터 11월 17일까지 민주인권기념관 5층 조사실에서 열리며, 관람시간은 평일과 주말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월요일 휴무)이다. 관람료 무료. 특히 이번 과정에 참여한 고문피해자들과 만날 수 있는 오픈 행사는 11월 2일(토) 오후 4시에 개최되며 누구나 참석 가능하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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