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부터 사퇴, 광화문과 서초동, 여의도 촛불집회까지 이어진 이른바 ‘조국 사태’에서 청년의 목소리는 소외됐다는 청년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전국청년네트워크와 청년유니온,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등은 28일 서울 마포구 신촌로 스페이스청에서 ‘2019년 가을, 광장을 잃어버린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 묻는다’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조 전 장관의 임명과 사퇴를 둘러싼 국면에서 청년들은 광장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소외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은 “생활인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집회’의 참가 연령대 구성비를 확인한 결과, 20대 비율은 광화문 0.9%, 서초동 5.7%”라며 “2016년 촛불이 포괄했던 청년층의 이해관계가 2019년 촛불에서는 내쳐진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김 연구원은 조 전 장관의 사퇴와 검찰개혁 문제를 두고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양분화된 집회를 두고 “자유한국당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에 ‘광화문’에 반감이 있지만, 동시에 이번 정권의 행보에 대해서도 커다란 실망감을 안고 ‘서초동’에 나가길 꺼리는 무당층 내지는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생각보다 훨씬 ‘다수’”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도 “20대 국회 내내 이뤄졌던 극한의 대립 양상과 거리에서 다시 재현되는 정치적 격돌, 그 어디에도 청년이 바라는 개혁은 없었다”며 “조 전 장관의 임명 전후로 청년의 목소리는 학벌이라는 자기검열 속에서 이뤄지거나 ‘흙수저 청년’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격려하고 끝나는 것으로 귀결됐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그러면서 “이런 일직선 위에는 양쪽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목소리를 부각할 수 있는 방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정함’을 강조하며 추진하는 정책과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은 “가계 부채는 이미 1500조원을 넘었고 청년 부채 또한 줄지 않고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입시의 공정함만을 내세우는 것이 좋은 교육이냐”라고 반문했다. 한 센터장은 이어 “문 정부가 말한 사회 전반의 공정함이라는 수단은 안타깝게도 기득권을 더욱 강화시키는 언어로 쓰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도 “청년이 말하는 공정함을 사회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룰을 통해 줄을 세우고 등수대로 학벌과 일자리를 배분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며 “그러나 그렇게 해서 청년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년이 말하는 공정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근로조건과 적정임금을 갖춘 일자리에서 일할 권리 같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발제자들은 이제는 정치가 청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때라고 촉구했다.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이제 곧 총선을 앞두고 있다”며 “정치가 청년의 삶을, 청년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정치가 본래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임을 명확히 선언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대표는 또 “다들 입장만 세우고 있고 서로의 생각을 듣는 과정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진보와 보수로 나눌 것 없이 다양한 입장을 공론의 장으로 올려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