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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5평 방에 8명 생활...독거수용 원칙은 ‘예외’가 됐다

등록 2019-10-27 14:45수정 2019-10-28 11:59

화성직업훈련교도소 1박2일 교도관 체험

상황실 24시간 도는 CCTV
만취자·징벌방 감시...검신·검방도
11㎡방에 5∼6명 과밀 수용

빈곤 시달려 감옥 택한 수용자도
사회 문제가 이곳으로 밀려든다
박준용 기자가 경기도 화성 직업훈련교도소에서 교도관 체험 근무를 하는 모습. 사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제공
박준용 기자가 경기도 화성 직업훈련교도소에서 교도관 체험 근무를 하는 모습. 사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제공

전자동 센서가 달린 쇠창살 문이 서서히 길을 내주었다. 창살 틈 사이로 보이는 복도가 길고 곧게 뻗어 있었다. 세상과 단절된 곳, 교도소 수용동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기자는 지난 21일 오전부터 22일 오전까지 경기도 화성 화성직업훈련교도소 교도관이 됐다. “오늘 고생 좀 하실 겁니다.” 함께 일하게 된 교도관들의 첫 인사였다. 기자의 근무 기간은 짧았지만, 이 인사가 ‘빈말’이 아니라는 걸 깨닫기에는 충분했다.

■ 검방, 검신, 순찰…감시의 24시간

교도소 내 상황실 벽면을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 수십 개가 가득 채웠다. 이날 근무자가 확인할 주요 대상은 교도소 내 규율을 어겨 징벌을 받는 이들이었다. 교도소에서는 이들을 ‘조사자’라고 한다. 대개 동료 수용자나 교도관에게 피해를 줬다는 주장이 제기돼 ‘독방’에 배치된 이들이다. ‘신입’들도 주요 점검 대상이다. 전날 들어온 신입 한 명은 입소 때 혈중 알코올 농도 0.1%가 넘었다. 상황실에서 모니터를 보니 40대의 이 신입은 얼굴이 벌게진 채 말없이 누워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교도관들은 ‘수용자가 탈수현상을 일으키는지 잘 보라’고 후임 근무자에게 일러줬다. “술 마신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러 구속되기도 하고, 본인이 수감될 걸 알고 전날 밤까지 고주망태로 술에 취해 오는 사람도 많아요. 입소 건강 검진 때 혈중 알코올농도 수치가 소주 10병 정도가 나온 사람을 본 적도 있는데, 곧 병원에 실려 갔어요.”(ㅅ계장)

이곳 교도소 수용자 1600여명 중 절반가량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직업 훈련을 받는다. 제과·제빵부터 용접, 목공, 미용, 요리 등을 배운다. 출소가 얼마 남지 않은 수용자에게는 취업이 잘 될만한 기술이, 장기수들에게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훈련이 인기가 많다고 한다.

박준용 기자가 경기도 화성 직업훈련교도소에서 교도관 체험 근무를 하는 모습. 사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제공
박준용 기자가 경기도 화성 직업훈련교도소에서 교도관 체험 근무를 하는 모습. 사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제공

수용자가 방 밖을 벗어나 ‘작은 자유’를 누리는 직업 훈련 시간에도 교도관은 끊임없이 수용자들의 움직임을 살핀다. 직업 훈련에 참여하는 수용자는 ‘모범수’들이지만, 칼이나 톱 등이 작업장에 있어, 일과가 끝날 무렵에는 매일 ‘검신’이 벌어진다. 직업 훈련을 갔던 이들은 일렬로 늘어세워 두 번씩 몸 검사를 한다. 금속탐지기로 한번 한 뒤 교도관이 직접 손으로 검사한다.

불시에 방을 검사하는 일도 있다. 21일 저녁에는 그릇을 베개 외피에 꽁꽁 싸매 방에 들여놓은 한 수용자가 교도관의 눈에 포착됐다. 위험한 물건은 아니지만, 각 방에 식판을 보급한 이후에는 그릇 개인 소유가 금지됐다. 수용자는 교도관이 손짓하자 자포자기했는지 순순히 그릇 세 개를 내놓았다. 자신의 그릇을 내준 그는 세상을 다 빼앗긴 표정을 지었다.

■ 좁은 방에 5∼8명 우글우글...혼거수용의 비애

“법은 어렵지 않아요. 법은 불편하지도 않아요…” 법무부 로고송을 들으며 야간근무 투입을 준비했다. 직업 훈련, 운동, 외진, 접견, 출정 등 저마다 일과를 마친 수용자는 오후 5시께부터 각자의 주거 공간에 들어갔다. 비좁다. 보는 이까지 답답하다. 순찰하며 기록한 혼거실 크기는 이렇다. 화장실 포함 16.43㎡(5평)에 8명, 11.03㎡(3.3평)에 5명…. 사람을 가둔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게 된다.

과밀은 코끝 감각을 건드린다. 교도관들은 ‘사람이 오랜 기간 좁은 공간에 모이면 풍기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고들 했다. 그래서 신입 교도관 시절 관두고 싶었다는 이가 있을 정도다. 야간 순찰을 하며 이 말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됐다. 퀴퀴한 체취의 집합체인데, 냄새가 방에 들러붙은 듯했다. 쉽사리 빠질 것 같지 않다.

밤 9시∼10시쯤 교도소는 취침을 위해 불을 끈다. 불 꺼진 교도소는 ‘불면의 밤’을 맞는다. 비좁게 모여 ‘칼잠’을 청하는 수용자들을 순찰하면 5명중 1명은 코골이가 심한 이들이다. 이들은 수용동 곳곳에 자리 잡고 ‘그르렁 그르렁’ 울어댄다. 소음은 방과 방을 나눈 얇은 벽 사이를 쉽게 넘나들었다. 그래서인지 자정이 넘은 시각에까지 몇몇은 깨어있었고, 켜진 화장실 불빛으로 책이나 신문을 봤다. 두꺼운 종이를 수직으로 세워 주변 수용자 얼굴을 가린 채 자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 화성 직업훈련교도소의 수용자 생활 공간. 사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제공
경기도 화성 직업훈련교도소의 수용자 생활 공간. 사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제공

화성직업훈련교도소의 수용률은 21일 기준 약 114%로 과밀상태다. 전국 평균도 이곳과 비슷한 정원 초과 상태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보면, 2017년 말 기준 교도소 전체 수용률은 115.4%였다. 과밀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수용자를 한 방에 여러 명 몰아넣게 된다. 이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과 동떨어져 있다. 이 법은 ‘독거수용’을 원칙으로 하고 △시설과 여건 부족△수용자 보호△수용자 교화와 사회복귀를 위해 필요할 때 등 예외적 경우에만 ’혼거’를 허용한다. 그러나 국내 교도소는 열악하고 부족한 시설 탓에 ‘예외’가 ‘평균’이 되어버린 기형적 상황에 처해 있다.

쏟아져 들어오는 수용자를 감당할 교도관 인력도 늘 부족하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는 근무자가 야간당직을 서며 홀로 100∼200명 이상의 수용자를 순찰하고 살펴야 한다. “신입 교도관이 야근할 때, 혼자 100명 이상을 감당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초긴장 상태가 되지 않겠습니까.” (ㄴ주임)

■ 빈곤·가정해체 수용자들

교도관은 교도소에서 담장 밖 빈곤 문제를 종종 마주한다. 겨울이면 부쩍 형편이 좋지 않은 이들이 교도소에 많이 들어온다. 이른바 ‘겨울나기’ 형 수용자들이다. 추운 겨울 무료 급식소에 줄을 서기보다 교도소를 택한 이들이다. 70세 ㅈ씨는 ‘재물손괴’로 선고받은 벌금 80만원을 제때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됐다. 교도관들은 그가 겨울에 종종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했다. 22일 출소 날이었던 그는 보통 수용자와는 좀 달랐다. 통상 출소 시간인 새벽 5시가 되면 수용자는 어김없이 교도소를 떠나지만, ㅈ씨는 출소 전날 교도관들에게 “나를 일찍 깨우지 말아요. 아침 먹고 나갈테니”라고 요청했다. ㅈ씨는 본인 영치금 1600원과 당국으로부터 받은 버스비 3000원을 손에 쥐고 22일 아침을 먹은 뒤 교도소를 떠났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 교도관이 수용동 근무를 하는 모습. 사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제공
화성직업훈련교도소 교도관이 수용동 근무를 하는 모습. 사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제공

담장 안에서는 가정의 위기와 해체도 자주 보게 된다. 한 교도관은 몇 년 전 야간근무를 서던 밤 10시쯤 벌금 미납으로 노역장에 유치된 30대 남성 ㅂ씨를 기억했다. ㅂ씨는 6살 딸이 있었다. 아이 엄마와 이혼한 지 오래라 연락이 닿지 않고, 6살짜리 아이만 혼자 집에 남았다. 교도관은 곧바로 아빠를 기다릴 딸에게 전화해 “아빠 친구인데, 아빠 오늘 밤에 집에 안 오신다”고 전했다. 걱정이 가시지 않은 교도관은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ㅂ씨 딸을 경찰서에 데려다 줬다.

수용자들의 희비는 ‘돌아갈 가정’이 있는지 여부로 갈린다. 수용자가 형기를 일정 부분 채우면 가석방을 받는데, 이때 ‘보호관계’가 중요한 심사 요소가 된다. 돌아갈 가정이 있는지, 가족이 있는지, 접견을 자주 왔는지 등이 심사 항목에 들어간다. ‘모범수’가 돼도, 돌아갈 가정이 없다면 주변 사람에 비해 늦게 가석방되는 경우가 많다. 입소 몇 년이 지나면 가족의 접견이 뜸해지고, 10년 이상 지나면 ‘무연고자’가 되는 경우가 잦다.

이렇게 범죄와 빈곤, 해체된 가정이 어지럽게 뒤섞여 교도소에 수용된다. 어쩌면 교도소는 “사회 문제를 직면하지 않은 채 잠시 묻어둔 곳”일 수 있다고, 이곳 베테랑 교도관은 말했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온갖 사회 병폐들이 해결되지 않고 이곳으로만 꾸역꾸역 ‘밀려든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진짜, 밀려들어 여기로 와.”

화성/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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