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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끈질긴 저항에 한 걸음 떼기도 어려워

등록 2019-10-05 09:48수정 2019-10-08 13:40

[토요판] 커버스토리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신설
대선 공약 제도화에 검찰은 불편
대통령 직접 개혁안 마련 지시하자
특수부 축소, 공개 소환 폐지 내놔
조국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지난해 1월14일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지난해 1월14일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은 4일 피의자가 포토라인에 서는 ‘공개 소환 제도'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그동안 고위공직자, 기업인 등 공인은 소환 시기와 장소를 언론에 공개해왔다. 특별수사부 축소에 이어 공개 소환 폐지는 9월30일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내부 개혁안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에 검찰의 잇따른 화답이다. 하지만 이런 내부 개혁안이 나오기까지 정부의 의지와 검찰의 반발이 반복되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지체돼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 당시 수사기관 권력구조와 관련해 ‘3대 공약’을 내놨다. 문 대통령이 내건 공약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추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었다. 구체적 실행 방안은 지난해 6월21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통해 발표됐다. 경찰에 모든 사건의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넘기며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있는 분야는 부패 범죄와 경제·금융·선거범죄 등으로 한정했다. 이전까지 검찰은 경찰에서 진행되는 사건을 지휘할 수 있었다. 검찰과 경찰이 ‘수직 관계’에서 ‘상호 협력 관계’로 수사권을 조정해나가자는 게 합의의 뼈대였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5개월 뒤인 2018년 11월 당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던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송기헌 의원이 ‘공수처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여야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결국 올해 4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도입은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됐다. 수사 대상이 행정·사법·입법부의 고위공직자일 경우, 검찰 대신 공수처가 자체 수사에 나서는 내용의 공수처 법안은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검찰개혁에 탄력이 붙을 기미를 보이자, 검찰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5월16일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국외 순방 일정을 중단하고 수사권 조정에 관한 반대 뜻을 강하게 표명했다. 문 전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입고 있던 남색 양복 재킷을 벗고 옷을 흔들며 “뭐가 흔들립니까. 옷이 흔들립니다. 흔드는 건 어딥니까”라고 말했다. 이 장면은 검찰의 저항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였다.

문 대통령은 다음 총장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명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박근혜 국정농단 공소유지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법농단 사건의 ‘직접수사'를 지휘한 사람이었다. 윤 총장은 지난 7월 열린 청문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은 이미 입법 과정에 있고,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국가적 중대 사건은 검찰의 직접수사가 필요한 영역이 있다”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검찰의 직접수사는 줄여나가겠지만, 부패 수사 권한을 줄이는 방향은 곤란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한달 뒤 검경 수사권을 주도하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지명 이후 조 장관 딸의 논문 1저자 의혹을 시작으로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자 검찰은 8월27일 압수수색에 나서며 칼을 빼들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9월6일, 검찰은 피의자 조사 없이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를 표창장 위조 관련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특수통’인 한 차장검사는 “나중에 정 교수를 위조사문서행사죄로 기소해도 충분한데 청문회 날에 재판에 넘긴 건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조 장관과는 별개로 역대 검찰 특별수사의 종합적인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수사”라고 꼬집었다.

결국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직접 요구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9월30일 윤 검찰총장에게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하라”고 지시했다. 윤 총장은 바로 다음 날 자체 개혁안을 내놨다. 대검찰청은 △특별수사부 축소 △외부기관 파견 검사 전원 복귀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 중단 등을 법무부에 건의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부 축소는 검찰개혁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특수부는 검찰이 직접수사에 나서는 가장 핵심 부서로 주로 ‘권력형 비리 사건’을 수사한다. 부서 특성상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쥐고 있어 검찰의 비대화 요인으로 꼽힌다. 대검은 검찰청 특수부를 7곳에서 3곳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수사를 제한하는 올바른 방향”이라면서도 “예전처럼 특수부가 없다고 형사부에 비슷한 일을 시키는 등의 일이 생기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현 검찰개혁에 구체성, 방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여태껏 적폐 청산을 이유로 검찰의 특수수사 권한을 강화해온 건 조 장관 등 현 정권인데 개혁 방향이 뭔지 잘 모르겠다”며 “공수처 또한 중립성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한계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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