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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조 사찰 경찰에 훈장까지”…시민단체, ‘정보경찰폐지넷’ 발족

등록 2019-09-30 16:44수정 2019-09-30 16:52

희망버스 시위·유성기업 노조 사찰한 정보경찰
“노정활동 잘했다” 녹조근정훈장 받아
참여연대·민변·인권단체 등 ‘정보경찰폐지넷’ 발족
“공안통치의 잔재 정보경찰 폐지하라”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활용해 선거 개입 등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신명(앞)·이철성(뒤) 전 경찰청장이 지난 5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활용해 선거 개입 등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신명(앞)·이철성(뒤) 전 경찰청장이 지난 5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시민사회단체가 연대 모임을 꾸리고 불법적인 정보 수집으로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정보경찰 제도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다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는 3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정보경찰 폐지 인권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정보경찰폐지넷)를 발족하고 “경찰 개혁의 핵심인 ‘공안통치의 잔재’ 정보국의 해체와 정보경찰의 폐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발족식에서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정보수집권까지 남용하면서 인권 침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족과 함께 ‘정보경찰,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가한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조사과정에서 발견된 밀양 지원정보관 근무배치표를 보면, 경찰 근무자별로 배치 장소, 근무시간, 사찰할 대상 지역까지 명시돼 있다”며 “정보관이 비밀리에 특정 민간인을 대상으로 평소의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것은 불법사찰에 해당하며 개인의 사생활과 기본권 침해로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정보경찰의 민간인 사찰 행위가 정부의 훈장 포상 공적으로 인정된 경우도 있었다. 박 활동가는 “2016년 이아무개 (경찰청) 정보3과장의 녹조근정훈장 공적조서에 나온 2014년 공적을 보면, ‘한진중공업 노조의 희망버스 시위, 유성기업 노조 반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열사투쟁 등 소위 문제성 노조의 불법시위를 엄정하게 관리, 사태 확산 차단에 주력했다’고 나와 있다. ‘강성 주민’과 노조에 대한 정보경찰의 감시와 관찰이 상시적으로 이뤄져 왔다”며 “정보경찰이 자의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으로도 활동한 박 활동가는 “고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의 장례 개입 사건의 경우 정보경찰이 마치 삼성의 직원처럼 움직였음에도 활동 기록이 투명하게 남아 있지 않았다. 정보 경찰의 활동에 대해 사후 점검 시스템이 굉장히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다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가 ‘정보경찰 폐지 인권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정보경찰폐지넷)를 발족하고 ‘정보경찰,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오연서 기자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다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가 ‘정보경찰 폐지 인권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정보경찰폐지넷)를 발족하고 ‘정보경찰,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오연서 기자
이들은 청와대에서 경찰청, 일선 경찰서로 이어지는 하달식 정보 수집 지시가 경찰의 조직적인 정치 개입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오민애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설명을 보면, 경찰청 정보국은 약 40명의 국내정보 담당 외근경찰관이 3개 분실에 배치돼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근경찰관들은 각 정당, 국무총리실, 정부 각 부처 및 산하 공공기관, 언론사, 금융기관, 시민사회단체, 대기업 등을 담당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매일 ‘분실일보’ 형태로 정보2과장, 정보심의관, 정보국장 등에게 정보 보고를 해왔다. 특히 정보경찰의 핵심에 있던 정보2과가 청와대에 보고하는 정책정보는 그 보고 대상, 작성 경위 등에 따라 △현안참고자료 △정책자료 △별보로 나뉘는데, 정보국 근무자들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를 전달받는 등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정보 사용자의 국정 운영 기조를 파악하고 이를 정보 작성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변호사는 “(현재 선거 개입 관련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본인이 정보 수집을 지시한 것은 관행이고 선거 결과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며 “정책정보가 청와대의 기조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정보의 가치가 결정되고, 이것이 담당 정보관의 인사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청와대 등 정보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구조적으로 정보 수집의 방향과 목적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는 조직의 규모 축소나 인적 구성 변화로 개선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보경찰폐지넷은 이 때문에 법적 근거 없이 정보 수집활동을 하는 정보경찰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호영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총무위원장은 “그동안 정보경찰의 정보수집 활동은 인권 침해적이며 불법적이었다. (일반적인 행정기관처럼) 경찰도 업무 수행에 정보의 수집·작성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인권 침해적이거나 은밀한 방법을 요구한다면 별도의 근거가 요구된다. 그러나 현재는 그러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범죄 정보 수집이나 정책정보 수집 등 그동안 정보 경찰이 해온 역할을 다른 부서로 이관시켜 정보경찰을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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