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신명(앞)·이철성(뒤) 전 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16년 총선을 대비해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가 경찰청 정보관들을 직접 만나 당시 새누리당 ‘친박’ 후보 관련 여론 분석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 개입 혐의로 기소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이철성 전 청장도 청와대 보고 전 분석 내용을 미리 보고받았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강 전 청장 등의 재판에는 총선 때 선거 관련 정보 수집 실무를 총괄한 경찰청 정보국 이아무개 전 정보2과 과장의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2011년부터 정책정보 수립을 총괄하는 정보2과장으로 재직한 이 전 과장은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치안비서관실로부터 (청와대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치안비서관실) 정창배 선임행정관이 직접 연락해서 (갔더니) 지역 권역별로 후보자들 명단을 건넸다. 이들이 하는 활동과 여론, 지역 분위기를 정리해서 주기적으로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명단을 보니 장관 출신이나 청와대 관련자로 보여 청와대가 신경 쓴 사람들인가 싶었다”고도 말했다. 해당 명단에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유영하 변호사도 있었다.
청와대가 정보국에 직접 요청한 자료들 중에는 ‘야권 경제 프레임 관련 여론 및 고려사항’ ‘사전투표 현장 분위기 및 고려사항’ ‘3월 임시국회 경제활성화법 통과 관련 여론’ 등 선거 대비 여론 이슈가 포함됐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4월부터는 정보국 심의관을 통해 대구지역 친박 후보 세평 분석 요청도 ‘하달’ 받았다. 이재만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과 곽상도 의원, 추경호 의원 등이 그 대상이었다.
이 전 과장은 “정보2과가 생산한 문건은 모두 청와대로 간다. 권역별 선거 판세를 정리하려면 전국적으로 많은 정보관들이 활동할 수밖에 없다”면서 “경찰청장의 결심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 밝혔다. 검찰이 강 전 청장이 첫 공판 때부터 “보고는 ‘사후적’이고 ‘수동적’으로 받았을 뿐”이라 강조한 것과는 대조되는 진술이다.
강 전 청장 등은 줄곧 “경찰청 정보국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청와대 요청에 따라 관행적으로 정보 수집과 보고를 해 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이 전 과장은 청와대가 정보관들을 직접 불러 정보 제공 요청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정보국의 통상적인 정보활동과 달라 부담을 느끼지 않았느냐”고 묻자 “모두가 부담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요청이 있고, 경찰청 내부 보고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 개인이 거부할 수 없었다”고도 대답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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