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보고도 받지 않겠다’던 조 장관의 약속이 무색해졌다. ‘부인 건강을 고려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만 했다던 조 장관도 나중엔 ‘부적절한 행위’라고 시인하는 등 고개를 숙였다. 법조계에서는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조 장관의 행동이 ‘공사를 구분 못한 행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조 장관은 가족 수사와 관련해서는 일체 보고받거나 지시하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했다. 가족 수사가 장관직 수행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둘을 철저히 분리하겠다고 나선 셈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해당 검사가 ‘심히 부적절하다’고 반응할 행동을 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조 장관은 두가지 신분이 있었다. 압수수색 대상이 된 집 주인이라는 것과 법무부 장관이라는 것”이라며 “전자만 생각하면 (검사와 전화통화는) 문제가 안 되지만, 법무부 장관 자격으로 보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전화를 한 것이다. 공사 구분을 못하는 모습을 다시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한규 전 서울변회 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검사인사권이 있는 법무부 장관의 전화 한 통은 상대방인 검사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은 경험칙상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며 “더구나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 중이었는데, 가장으로서 당연히 걱정되겠지만, 가족하고만 통화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의 줄임말) 트위트도 다시 회자하고 있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2012년 12월 국정원 댓글공작 수사 때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직접 전화해 국정원 직원의 오피스텔 압수수색 영장 신청 방침을 두고 “내사사건인데 압수수색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외압성 전화를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조 장관은 2013년 5월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증거인멸 우려가 매우 큰 김용판, 구속수사로 가야겠다”며 김 전 청장을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트위트를 올렸다.
일각에서는 조 장관의 통화가 현행법 위반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부인 건강을 이유로 ‘신속한 압수수색’을 주문했다면, 넓은 의미에서 수사에 개입하거나 지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검찰청법은 처벌 규정이 없다.
야권에서는 조 장관의 통화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해경 압수수색과 관련해 세월호 수사팀에 전화를 걸었는데, 직권남용 논란이 인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실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며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에도 검찰이 조 장관 자택을 11시간 동안 압수수색하는 등 실제 조 장관의 발언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권남용 미수는 처벌 조항이 없다.
신지민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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