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 대한 건강보험료(건보료) 연대납부 의무를 폐지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보건복지부(복지부)가 수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생계를 위해 근로를 해야 하는 미성년자에게 건강보험료 납부 의무가 있어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미성년자에게 가해지고 있다”며 복지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26일 “지역가입자 미성년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연대납부 의무를 폐지하라는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복지부가 지난 8월 불수용 의사를 회신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모든 지역가입자 미성년자에 대한 연대납부 의무 면제는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며 불수용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복지부는 “재산 및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연 100만원 이하인 미성년자는 이미 예외적으로 보험료 납부의무를 면제하고 있고, 이에 따라 미성년자 지역가입자의 97%가 납부 의무를 면제받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복지부의 조처가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가 국가의 의무임을 강조하는 헌법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인권위 권고는) 미성년자가 취약계층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다른 성년인 세대원과 동일하게 연대납부 의무를 부과하는 현행 규정을 개선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미성년자에 대해 납부 의무를 예외적으로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가입자 미성년자의 연대납부 의무는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복지부가 제기한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부과체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미성년자에 대해 납부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국외 사례 등을 참고해 추가적인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간보험료 수입을 고려할 때 현재 납부하고 있는 전체 보험료 수입 중 3%인 미성년자의 보험료 수입은 건강보험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미성년자에게 건강보험료의 연대납부 의무를 부과하는 국외 사례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춰 봐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인권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그룹홈 등 사회복지시설에 거주하는 만 8살의 아동에게 부모의 체납보험료에 대한 독촉장을 보내는 등 미성년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납부 의무 부과와 관련된 진정이 여러 건 접수됐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납부 의무 부과 대상에서 미성년자를 제외할 것을 권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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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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