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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회 찾은 대학 청소노동자들 …“휴게실은 쉬는 곳 아닌 돼지 우리”

등록 2019-09-24 17:04수정 2019-09-25 16:52

29명이 한 휴게실…쪽잠도 잘 수 없어
샤워시설 없어 ‘땀 범벅’인 옷 입고 퇴근
대학·용역업체 “권한 없다” 책임 미루기
“법 만들어 제대로 된 휴게실 강제해달라”
2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7간담회실에서 ‘대학 청소·시설·경비 노동자 노동환경 증언대회’가 열렸다.
2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7간담회실에서 ‘대학 청소·시설·경비 노동자 노동환경 증언대회’가 열렸다.
중앙대학교 의학관 건물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들은 휴식을 취하러 건물 1층 경비 초소에 간다. 초소 안에 휴게실이 있기 때문이다. 가로 1m, 세로 2m의 이 공간은 원래 경비 노동자가 야간근무 때 쪽잠을 자는 공간이다. 애초 1명의 공간이다 보니 낮에 3명의 청소노동자가 함께 휴식을 취할라치면 다리조차 뻗을 수 없다. 사물함·선반·밥솥조차 놓을 곳이 없어 청소노동자들은 바깥 복도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29명의 청소노동자가 한 공간에서 쉬는 대학도 있다. 성신여대 운정캠퍼스 주차장 지하 2층 휴게실은 29명의 청소노동자의 휴게공간이다. 이경자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부지부장은 “시끄러워 쪽잠조차 자기 힘든 공간이다. 노동자들 쉬라는 공간이 아니고 돼지우리에 가깝다”며 “바로 옆 사람이 곤히 쉬고 있으니 조금만 부스럭 소리가 나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대학 청소노동자 휴게실 가보니…“대소변 소리 들으며 밥먹고 쉽니다”)

중앙대학교 의학관 경비 초소 내 청소노동자 휴게실. 사진 공공운수노조 제공.
중앙대학교 의학관 경비 초소 내 청소노동자 휴게실. 사진 공공운수노조 제공.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7간담회실에서 ‘대학 청소시설 경비노동자 노동환경 증언대회’가 열렸다. 증언대회에는 대학과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청소·시설·경비노동자들이 참석해 현재 일하고 있는 곳의 노동환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노동자들은 “지난달 8일 서울대에서 근무하던 청소노동자가 열악한 휴게공간에서 숨지고 이후 노동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여전히 열악한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고 이후 일부 대학은 휴게실 공간 재정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설 개선은 구색맞추기에 불과했다. 박효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명지전문대 분회장은 “학교 측에서 강의실에 있던 에어컨 중 버리는 낡고 녹슨 에어컨과 실외기를 노동자 휴게실에 놔주겠다고 했다”며 “그러고선 환경 개선이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오종익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동국대 분회장 역시 “다 쓰고 버리려는 에어컨을 설치해주고선 학교는 설치해줬다고 말한다”며 “우리도 사람이다. 공기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쉬고 싶다”고 덧붙였다.

청소·시설·경비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열악하지만, 대부분이 하청업체 소속인 탓에 누구도 이들의 노동 환경 개선에 나서지 않는다. 원청인 대학은 책임을 하청업체에 미루고, 하청업체는 원청인 대학과 협의가 어렵다며 책임을 회피하기 일쑤다. 이경자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부지부장은 “1~3년이면 용역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용역업체에서도 비용을 부담하려 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아무리 휴게공간이나 샤워시설을 요구해도 원청에서 제공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고 말했다. 이 부지부장은 “대부분의 대학은 청소노동자를 위한 샤워시설이 없어 선풍기 바람으로 땀을 말리거나, 땀으로 범벅된 유니폼 위에 옷을 갈아입고 퇴근한다”며 “법을 만들어 강제적으로라도 원청인 대학이 휴게공간이나 샤워시설을 만들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휴게실이 일하는 공간과 분리되지 않는 데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손승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시설노동자는 본인이 일하는 공간에서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이 분리되지 않으면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증언 내용 가운데 일부는 정책으로, 어떤 것은 법·제도 개선으로, 또 어떤 것은 연대해서 투쟁으로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정의당 노동본부장 역시 “오늘 증언대회를 시작으로 전국 실태조사를 시행할 것”이라며 “반드시 대학 청소 노동자들의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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