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총학생회 로고와 총학이 지난 16일 공개한 사과문. 페이스북 갈무리
카이스트(KAIST) 학부 총학생회가 “생리공결제가 오남용되고 있다”며 재학생들의 생리공결제 이용현황 통계를 공개해 학생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사과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5일.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정책국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생리공결제 바로알기 캠페인’을 진행한다며 재학생들의 지난해 가을학기와 올해 봄학기 생리공결제 이용현황을 공개했다. 카이스트는 현재 생리공결제를 시범 운영 중이다. 공개된 현황은 ‘1일 평균 신청 인원’, ‘학부 여학생 생리공결 신청률’, ‘1일 20명 이상 신청일’, ‘연휴기간 신청현황’ 등이다. 총학은 지난해 가을학기와 올해 봄학기 1일 평균 신청 인원은 7.3명이고, 1일 20명 이상 신청일은 축제 기간인 5월13일, 5월15일, 5월16일, 연휴 기간인 6월5일 등이라고 밝혔다.
총학은 이런 현황을 두고 “(생리공결 신청 횟수가) 평균 7.3회, 연휴기간 전후 최대 30회, 월요일 최대 47회”라며 “이 자료만으로 실제 오남용 정도와 오남용 원인까지 확정 지어 파악하긴 힘들지만, 분석된 자료로 오남용 경향을 일부 유추할 수 있다. 축제기간 및 연휴기간 전후로 생리공결제 사용이 증가하는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생리공결제는 생리통 및 월경증후군으로 고통받는 학우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긍정적인 제도”라며 “하지만 우연일 뿐이라고 해석하기 힘든 이용 경향이 계속 발견되면 정말 생리공결제가 필요한 학생들이 제도를 이용하는 데 제한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한국 최고 공대로 불리는 곳에서 검증되지 않은 통계를 근거로 편견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총학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답을 정해놓고 숫자 맞추기를 하느냐”, “‘연휴 전후나 월, 금요일에 공결이 집중됐다’를 보여주고 싶으면, 전체 비연휴와 연휴일 그룹을 구분해 일자별 사용자가 얼마나 되는지, 그 둘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정도는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 “‘우연이라고 해석하기 힘든 이용 경향’의 판단 기준은 뭐냐”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학생들의 신체 데이터를 학교에서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 그리고 공개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 “드디어 주어진 복지를 자기 형편에 맞게 사용했다고 ‘오남용’ ‘올바르게 사용하기’라니…”라는 비판도 나왔다. 누리꾼들도 트위터 등에서 “카이스트씩이나 되는 곳에서 이런 통계를 내니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수준이 걱정된다”(@sara******), “월요일 금요일, 축제, 연휴 앞과 뒤를 빼고 써야만 진정성이 입증되는 생리공결”(@1010****)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총학은 지난 16일 사과문을 내 “신뢰할 수 없는 자료를 그대로 학우분들께 제시해 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밝혔다. 총학은 “게시했던 자료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지당하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해당 통계 자료는 학교 당국으로부터 입수했고 최대한 학우분께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총학은 이후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학교에서 총학에 자료를 제공한 것은 맞다”며 “지난해 가을학기와 올해 봄학기 생리공결제를 시범운영을 했기 때문에, 그간의 운영 실태를 전반적으로 조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생리공결제 오남용을 막자는 목소리나 방침이 나왔다가 학생들의 반발을 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외대와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7월 생리공결제를 전산 등록제로 바꾸기로 하면서 “허위 신청 방지와 학생 편의를 위해” 학교 전산 시스템에 여학생의 생리 시작일을 입력하도록 했다. 이에 학생들은 “거짓 신청을 할 것을 의심해 개인의 신체 정보를 학교에 밝히라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반발한 바 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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