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국립암센터 누리집(홈페이지) 화면
‘2019년도 임금 인상률 1.8%에 시간외근로 수당을 포함할 것이냐, 말 것이냐.’
2001년 암 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문을 연 공공기관인 국립암센터에서 사상 첫 파업이 지난 6일부터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조합원 약 800명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립암센터지부와 암센터는 올해 여름부터 11차례 단체교섭,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치며 임금 협상을 해왔으나 최종 결렬되면서, 노동자들의 쟁의 활동(파업)이 시작됐다. 시간외근로 수당이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야간·휴일 근무 등에 대해 지급하는 수당을 일컫는다. 근로기준법상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수당을 둘러싸고 왜 노사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일까?
11일 보건복지부·암센터·노동조합 관계자 말을 종합해보면, 갈등의 뿌리는 개원하던 해 도입된 연봉제 및 포괄임금제(법정수당을 따로 계산하지 않고 월급에 포함해 지급)이다. 최근까지 암센터는 매달 시간외근로 48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다. 법정 근로시간을 일한 뒤 48시간까지 추가 근무해도 월급엔 변화가 없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다 올해 7월 포괄임금제가 완전 폐지되면서, 시간외근로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고 있다. 7~8월 지급 수당을 기반으로 암센터가 필요하다고 예측한 올해 임금 인상률은 3.3%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사쪽은 시간외근로 수당을 합쳐 1.8% 임금 인상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2019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 편성 지침에서 규정한 인건비 총액 인상률은 1.8%인데, 이러한 정부 가이드라인을 어길 경우 위반한 금액만큼 다음해 인건비 예산이 깎인다는 것이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10일 “파업이 지속돼 암 환자와 국민에게 송구하다”며 “시간외근로 수당 인상을 임금 인상률 1.8%와 별도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도 시간외근로 수당을 별도로 한 임금 인상률 1.8%를 조정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 강당에서 임직원들이 파업으로 인한 환자 불편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제공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병원 노동자들이 일한 시간만큼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던 환경을 정상화하면서 발생한 일”이라며 “정부가 미리 이러한 상황에 대비했다면 환자들의 불편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9일 성명을 통해 “정부 가이드라인은 고용노동청의 노동관계법 위반 시정지시 이행 등으로 인한 인건비 지급분을 특이소요분으로 분류해 총 인건비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위법한 포괄임금제 폐지로 발생한 시간외근로 수당을 총 인건비와 별도로 지급하도록 승인하면 파업 사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보건복지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김기남 질병정책과장은 “이번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기준 응급실과 중환자실 운영은 평소와 다름없지만, 수술과 검사 기능은 파업 전에 견줘 50~60%만 이뤄지고 있다. 항암주사실, 방사선치료실, 병동 및 외래엔 최소한의 인력만 배치돼 환자들의 불편이 큰 상황이다. 이날 오후 노사는 교섭을 재개했지만 1.8% 가이드라인의 벽을 넘어야 한다.
박현정 김양중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