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강서구의 임대아파트 입구. 이주빈 기자
병을 앓고 있는 88살 노모와 중증 지체장애를 가진 형(53)을 간병하다 살해한 지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된 50대 남성이 범행 직후 경찰에 직접 신고하고 집 비밀번호까지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4일 “노모 구아무개씨의 작은아들 심아무개(51)씨가 (범행 직후) 직접 당시 상황을 112에 신고했다”며 “집 주소를 얘기하면서 ‘문제가 크게 생겼다’고 말했고, 집 비밀번호까지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심씨는 노모, 형과 같이 거주하면서 두 사람을 돌봐왔고, 마지막까지 두 사람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심씨는 지난 1일 새벽 4시께 강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병을 앓아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 구씨와 트럭 사고로 하반신을 다쳐 중증 지체장애를 가진 형을 살해한 뒤 자취를 감췄고, 3일 오전 10시께 강동구 광나루 한강공원 인근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시시티브이(CCTV)를 통해 한강공원에 도착한 사실은 확인했는데 나오는 장면이 확인되지 않아 수색을 했고, 시신을 발견했다”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씨와 심씨의 형은 2000년 9월29일부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되어 19년 동안 생계와 의료, 주거급여를 받았다. 구씨는 여기에 더해 장기요양보호 서비스를 받았고, 형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아왔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모자가) 제공 가능한 급여는 다 받았다. 생계가 많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용 노동을 하던 심씨가 부양의무자가 되어 노모와 형의 생계를 도왔다. 하지만 최근 형의 상태가 악화하면서 요양보호사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저녁과 새벽 시간대가 문제가 됐다. 결국 올해부터 심씨가 일을 그만두고 범행 직전까지 노모와 형을 돌봐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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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들과 주변인들은 최근 심씨가 간병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까지 구씨의 방문요양보호사로 일했던 ㄴ씨는 <한겨레>와 만나 “작은아들이 (저녁에) 엄마도 보랴, 형도 보랴 스트레스가 많았다. 자주 대화를 나눴는데, 형 때문에 일도 못 다닌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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