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국정농단 사건은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50여명에 이르는 공무원, 기업인, 교수 등이 연루돼, ‘삼성·롯데·에스케이(SK) 뇌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비선진료’ ‘이화여대 학사비리’ 등 여러 갈래로 뻗어나갔다. 29일 대법원 상고심 선고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씨 외에 국정농단 사건에 관여한 다른 이들이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국민연금공단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안건을 다루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기소돼 2017년 1·2심에서 모두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도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해 국민연금에 1388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다. 삼성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문제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에 대한 도움을 기대하며 부정한 청탁을 하고 뇌물을 줬는지를 판단하는 주요 근거가 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혐의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 등에 대해 이름과 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지원금 등을 줄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1월 2심에서 1급 공무원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가 추가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수석은 1심에서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지만, 2심에서는 지원 배제에 관여한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1·2심에서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특검 도우미’라 불리며 수사에 협조했던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도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운영하며 삼성전자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업에 압력을 넣어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기업들에 최순실씨와 설립한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면세점 특허권을 얻게 해달라고 청탁한 대가로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준 혐의로 대법원의 심판을 기다린다. 대법원이 이날 상고심에서 ‘정경유착’에 단호한 판단을 내리면서, 신 회장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신 회장은 1심에서 징역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뉴스룸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