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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학생 “조국, 딸보고 무슨 생각했나”

등록 2019-08-23 16:20수정 2019-08-23 16:38

홍종호 교수 페이스북에 글 올려
“재학생·졸업생에게는 환경대학원이 인생의 전부인데
누군가에게는 의전원 목표 앞에 쉬어가는 정거장”
“조국, 주장과 행동 사이 괴리가 커 마음 불편”
조 후보자 딸 첫 학기 한 과목만 수강한 사실도 언급

김아무개 환경대학원 재학생 SNS에 글 올려
“환경대학원을 수단으로 여겨 화가 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한 뒤 사무실로 올라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한 뒤 사무실로 올라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아무개(28)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1년 동안 장학금 800만원을 받고 다닌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교수와 학생이 공개적으로 조 후보자와 조씨의 행동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일이 환경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에게 작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작금의 상황을 목도하며 이들이 느낄 자괴감과 박탈감 때문에 괴롭고 미안하다”며 글을 적었다.

이어 홍 교수는 “이들에게는 환경대학원이 인생의 전부다. 이들은 도시과 교통과 환경과 조경 분야를 공부해 대한민국과 세계의 지속가능성에 좀 더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이곳에 입학한다. 스스로 이 분야의 전문성을 증진하여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 100만원의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기 위해 수업에 최선을 다한다. BK21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연구에 몰두한다. 국제 학회 발표를 위해 밤잠 자지 않고 논문을 작성한다“면서 “그런데 누구에게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너무 쉽고 가벼운 곳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이라는 목표 앞에 잠시 쉬어 가는 정거장이다. 자신의 학력 커리어에 빈 기간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일까“라고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하기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입학했다가 휴학한 조씨의 행동을 꼬집었다.

조씨가 입학 후 첫 학기에 3학점짜리 과목 하나만 수강한 것도 지적했다. 홍 교수는 “입시 준비할 시간을 가지려 했을 거라 짐작한다. 그것도 좋다고 치자. 원래 목표가 의전원이었으니까. 대신 2학기 장학금은 신청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1년 동안 장학금 800만원을 받은 것도 비판했다.

홍 교수는 “이 학생이 2014년도 전기 입학식에 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만약 그 자리에서 공공성을 언급하는 원장의 축사를 들었다면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싶다. 12명을 뽑는데 46명이 지원했으니 네 명 중 세 명은 탈락했다. 이것은 합법과 불법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훨씬 큰 가치가 있다. 윤리, 배려, 책임성 같은 가치 말이다“라고 조씨때문에 입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조 후보자를 향해서는 “아버지는 정의를 최고 가치로 삼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다. 조국 교수에게 2014년 자신의 딸의 일련의 의사결정과 행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결과적으로 다수의 학생을 떨어뜨리고 입학한 대학원에서 한 과목 수업을 듣고 1년간 800만원이 넘는 장학금을 받은 꼴이 됐다. 이 사실을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떠한가. 조국 교수가 집에서 자식을 이렇게 가르쳤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소 조 교수의 밖에서의 주장과 안에서의 행동 사이에 괴리가 너무 커 보여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고 했다.

21일 환경대학원 재학생 김아무개씨도 “조국 교수님께, 저는 환경대학원 학생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재수를 해 환경대학원에 입학한 뒤 이달 졸업한다고 밝힌 김씨는 “조국 교수님과 따님에 대해 분노합니다. (중략) 환경대학원을 ‘수단’으로 이용한 것 같아 화가 납니다”라며 “수많은 학생이 점심 값을 아끼려고 저렴한 학식을 찾아 다니며, 편의점 도시락에서 끼니를 때우는 학생들을 보았다. 조국 교수님과 따님이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라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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