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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리바게뜨 노동조합이 승합차에 노조 사무실 차린 이유

등록 2019-08-21 14:44수정 2019-08-21 20:00

사쪽 “다른 노조 사무실보다 한평도 크면 안 된다”며 퇴짜
결국 작은 사무실 구했지만…이번엔 “회사 가까운 곳에 와야 한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20일 에스피씨(SPC)그룹이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패션5’ 앞에서 “에스피씨그룹은 노조 사무실을 제공한다는 약속을 지키라”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20일 에스피씨(SPC)그룹이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패션5’ 앞에서 “에스피씨그룹은 노조 사무실을 제공한다는 약속을 지키라”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은 9일째 ‘승합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패션5’ 앞에 승합차를 주차해두고 그곳에 노조 사무실을 열었기 때문이다. 패션5는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 등의 브랜드가 소속된 에스피씨(SPC)그룹이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다. 노조는 이곳에서 “에스피씨그룹은 노조 사무실을 제공한다는 약속을 지키라”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조 조합원들은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의 자회사 피비파트너즈 소속이다. 21일 노조와 파리크라상의 설명을 종합하면, 노사는 지난 6월12일 “단체협약에 정한 바에 따라 조합 사무실을 제공한다”고 합의했다. 합의 당시 “회사가 제시한 보증금과 임대료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내용 말고는 다른 조건이 없었다. 임 지회장은 “합의 직전에 노조 사무실이 위치할 장소에 대해서 ‘특정 지역으로 해야 한다는 전제가 없다’는 확답을 받고서야 합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회사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노조는 이 합의 이후 133일 동안 진행해온 천막 농성을 접고, 다음날로 예정돼 있던 대규모 집회도 취소했다. 노조는 지난 1월부터 △부당노동행위자 징계 △노사 간담회 및 협의체 운영 등을 요구하며 투쟁해왔다.

하지만 이후 두달 넘는 기간 사쪽은 여러 이유를 대며 노조가 제시하는 사무실 계약을 거부했다. 사쪽은 먼저 사무실의 크기를 문제 삼았다. 임 지회장은 “지난 6월 중순께 적당한 사무실을 물색해서 알렸지만, 회사에서 ‘평수가 너무 크다. 한국노총 사무실보다 크면 안 된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최유경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부지회장은 “한국노총 사무실이 약 20평(66㎡) 정도인데, 사쪽에서 그보다 한 평도 더 크면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20일 에스피씨(SPC)그룹이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패션5’ 앞에서 “에스피씨그룹은 노조 사무실을 제공한다는 약속을 지키라”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20일 에스피씨(SPC)그룹이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패션5’ 앞에서 “에스피씨그룹은 노조 사무실을 제공한다는 약속을 지키라”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지난달 중순께에는 노조가 더 작은 크기의 사무실를 찾아 사쪽과 합의했지만, 사쪽은 다음날 말을 바꿨다. 임 지회장은 “한달 정도 장소를 물색해 서울 노량진과 상도동에서 적합한 사무실을 하나씩 찾았고, 사쪽에서 ‘노조가 결정하라’고 해서 한 곳을 선택했다. 하지만 다음날 갑자기 사쪽에서 입장을 바꿔 ‘야탑동으로 사무실을 잡으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은 피비파트너즈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노조가 노량진과 상도동 쪽에 사무실을 구하려는 까닭은, 파리바게뜨지회가 전국에 흩어져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빵을 굽고 커피를 만드는 제빵기사와 커피기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대중교통으로 멀지 않은 장소에 사무실을 구해야 전국의 노조 간부들이 좀 더 자주, 쉽게 모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사쪽이 계속 말을 바꾸며 노조가 원하는 곳에 사무실을 내주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건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임 지회장은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기 싫어서 핑계를 대는 것 같다”며 “노조 간부들이 전국에서 모이기 쉬운 곳이라야 노조 사무실로서 가치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쪽은 지난 16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피비파트너즈가 입주해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모 건물에 노조 사무실 용도로 부동산을 임차했으니 협의 후 조속히 입주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에스피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조가 원하는 장소에 사무실을 찾아보라고 한 것은 맞지만, 협의 단계에서 노조 사무실의 합리적인 장소로서 회사 인근인 야탑동을 제시한 것”이라며 “통상 노조 사무실은 소통을 위해 물리적으로 회사 내부나 가까운 곳에 위치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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