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며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소감 발표에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 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9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의 법무부 관련 건물에 인사청문회 준비팀을 차리고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발표했다. 조 후보자는 “이제, 뙤약볕을 꺼리지 않는 8월 농부의 마음으로 다시 땀 흘릴 기회를 구하고자 한다”며 “인사청문회를 거쳐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 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가 인용한 ‘서해맹산’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한 시 ’진중음’(陳中吟)의 한 구절 “바다에 맹세하니 어룡이 감동하고 산에 다짐하니 초목이 알아듣는다”(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순신 장군은 임금의 피난 소식을 접한 뒤 왜적을 무찌르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 시를 썼다. 조 후보자는 이순신 장군이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초목이 알아들을 만큼의 굳은 맹세와 다짐을 바다와 산에 했듯이 자신도 법무부 장관으로서 맡은 바 역할을 다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조 후보자는 또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소명이었다. 그 과정에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이 된다면, 헌법정신 구현과 주권수호,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또 “품 넓은 강물이 되고자 한다. 세상 여러 물과 만나고 내리는 비와 눈도 함께 하며 멀리 가는 강물이 되고자 한다”고도 했다.
조국 전 민정수석이 지난달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소회를 밝힌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예상대로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박상기 장관과 달리 정권의 실세인 조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검찰의 정치적 예속을 우려한다는 목소리가 있어왔다. 하지만 법조계 일부에서는 “검찰에 인연이 없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되는 것이 문민 통제라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일부 있다.
지명 소감에서 밝혔듯 검찰 개혁을 강조해 온 조 후보자가 검·경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에서 검찰은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조 후보자라는 ‘카드’가 오히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있는 검찰 개혁 관련 입법안 처리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검사는 “청와대가 구상하는 검·경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가 조 후보자의 실적이라고 평가되는 마당에 자유한국당에서 국회 통과를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패스트트랙에 오른 안의 국회 통과가 중요하다면 국회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되어야 하는데, 조 후보자는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 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 주의자’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관계 설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개성이 강한 두 사람이 검찰 개혁 관련 사안을 두고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며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권이 있지만, 검찰을 모르는 장관이 검찰을 장악하려 한다면 검찰과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검사는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 참모이기 때문에 조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 권재진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이 된 것을 비판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최우리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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