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기에 있었다고 해도 운전 직후에 측정했다면, 이를 운전할 때의 수치로 봐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아무개(54)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정씨는 2017년 3월 어느날, 밤 11시38분까지 술을 마시다 11시50분께 경기 부천의 한 막걸리집 앞 도로에서 본인 차를 50m가량 운전하다 적발됐다. 11시55분께 측정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9%로, 당시 면허정지 기준인 0.05%(현재 0.03%)를 넘겼다. 그러나 정씨는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측정을 받았기 때문에, 실제 운전을 할 때는 면허 정지 기준치 이하였을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보통 음주 후 30~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이후 시간당 평균 약 0.015%p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씨가 음주 측정을 하기 5~8분 전에 운전을 종료했는데 운전 종료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속한다면, 실제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보다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낮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이 증인으로 나와 “(정씨가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있었다면 약 5분 사이에도 혈중알코올농도가 0.009%p넘게 상승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증언한 것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을 따랐다.
그러나 대법원은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음주 측정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정씨의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05% 이상은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운전 종료 시점부터 불과 5~10분이 경과돼 운전 종료 직후 별다른 지체없이 음주 측정이 이뤄졌으므로 음주 측정 결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의 제1심 법정진술은 혈중알코올농도 감정 업무 경험 등에 기초한 추측성 진술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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