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비에스의 <그것이 알고싶다> 예고 화면 갈무리.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남성 듀오 그룹 ‘듀스’ 출신의 가수 김성재(1972~1995)씨의 사망 의혹을 다룬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의 방송이 금지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반정우)는 김씨가 숨졌던 당시 살인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김씨의 당시 여자친구 ㄱ씨가 낸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인용한다고 2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달 29일 그알 예고편이 나간 뒤 “명예 등 인격권을 훼손당할 수 있다” 등을 이유로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관련기사: ‘그것이 알고 싶다’ 고 김성재 죽음 편, 전 여자친구 쪽 방송금지 신청)
재판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방송이라는 에스비에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신청인(SBS)은 수사기관의 수사방식 개선이라는 기획의도를 내세우고 있으나 이 사건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해 알 수 있는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신청인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이 방송을 방영하려고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당 방송은 변호사와 법의학자 당시 수사관계자 등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는데, ‘수사방식 개선’이라는 에스비에스의 주장과 달리 시청자들은 ‘신청인 ㄱ씨가 고 김성재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인상을 받을 거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에스비에스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재심 제도’의 도입을 또 다른 기획의도라고 주장했지만, 그 제도의 장단점에 대한 소개와 논의가 없다는 점에서 재판부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재판부는 “신청인은 해당 형사사건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동안 그 신원이 알려지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김성재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며 “이 사건 방송의 주된 내용이 신청인이 김성재를 살해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면 신청인의 인격과 명예가 훼손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방송 금지 가처분 결정에 대해 ‘그알’ 제작진은 이날 저녁 입장문을 내어 “이번 방송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으나 많은 의혹이 규명되지 않았던 미제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 드러났다는 전문가들의 제보로 기획됐다”며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서가 아닌, 새로운 과학적 증거로 미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제작진의 공익적 기획의도가 시청자들에게 검증받지 못한 채 차단된 것에 제작진은 깊은 우려와 좌절감을 느낀다”라고 유감의 입장을 표명했다.
남성 듀오 듀스 출신인 김성재는 1995년 11월19일 솔로 컴백 이튿날 호텔에서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당시 여자친구는 1심에서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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