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팝가수 앤 마리(28)가 애초 출연이 예정된 페스티벌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자 인근 호텔에서 깜짝 게릴라 콘서트를 열어서 화제다. 누리꾼들은 지난 26일 내한 경기에서 결장해 ‘노 쇼 논란’을 빚은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유벤투스 소속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와 견주며 앤 마리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지난 28일 앤 마리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개최가 예정된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최 쪽인 ‘페이크버진’은 공연 당일 “우천으로 인해 다니엘 시저와 앤 마리의 공연은 뮤지션의 요청으로 취소됐다”고 밝히며 공연을 돌연 취소했다.
하지만 앤 마리는 같은날 밤 11시께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국 팬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공연을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은 내가 아니다. 주최 쪽이 ‘무대에 오르려면 사망사고 발생 시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오늘 밤 11시30분 파라다이스시티 메인 호텔 루빅 라운지에서 공연을 열겠다. 티켓은 필요하지 않다. 누구나 환영한다”고 공지했다. 예정된 페스티벌 공연이 갑작스럽게 취소되자, 자신을 기다린 한국 팬들을 위해 페스티벌 장소 인근의 다른 무대를 찾아 무료 공연을 연 것이다. 실제로 해당 호텔에서는 앤 마리의 무대가 펼쳐졌고, 공연은 앤 마리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생중계됐다. 앤 마리는 공연 도중 한국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한국 팬들은 앤 마리를 향해 고마운 마음을 담아 ‘떼창’을 하거나 종이 비행기를 날렸다.
앤 마리의 공연 소식이 에스앤에스(SNS) 등을 통해 알려지자 한국 팬과 누리꾼들은 “현명하고 발 빠른 대처”라며 환호했다. 특히 앤 마리의 대처를 호날두의 행동과 견줘서 설명하는 이들이 많았다. 스포츠 해설가 서형욱씨는 트위터에 “앤 마리는 페스티벌 주최 쪽이 공연을 취소해도 인스타를 통해 ‘사실이 아니다’ 해명한 뒤 무료 공연을 했다. 앞으로 호날두의 반댓말은 앤 마리다”라는 글을 올렸다. 누리꾼들도 트위터 등에서 “호날두가 팬이란 존재를 헌신짝만도 못하게 능멸했다면, 앤 마리는 팬의 존재가 자신이 살아가는 기반임을 알고 훌륭한 대처를 했다”(@garg****), “호날두 기사를 보다가 앤 마리 소식을 들으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팬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지 않고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 하는 마인드가 프로답다”(@pink*******), “호날두는 반성하고 앤마리는 대성해라”(@IchG*********)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앤 마리를 포함해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로 한 가수들의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페스티벌을 주최한 페이크 버진도 비판을 받고 있다.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은 2017년 처음 생긴 페스티벌로, 1~2회를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에서 연 데 이어 올해 3회를 맞아 장소를 옮기고 규모를 키웠다. 록보다 전자음악, 알앤비(R&B), 힙합 등 요즘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음악을 내세우고 비슷한 시기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출연진을 대거 섭외하면서 다른 국내 록페스티벌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급부상했다.
하지만 지난 27~28일 열린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은 개막 전날인 지난 26일 미국 싱어송라이터 허(H.E.R)의 공연 취소를, 28일에는 앤 마리와 다니엘 시저, 빈지노의 공연 취소를 발표하는 등 잡음이 이어졌다. 아울러 “뮤지션의 요청으로 공연이 취소됐다”는 페이크 버진 쪽의 발표를 앤 마리 등이 반박하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페이크 버진 쪽은 29일 공식 에스앤에스(SNS) 계정에 입장문을 올리고 “28일 취소된 공연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들이 있다. 종합적 상황 규명과 안내, 관객분들에 대한 보상체계를 준비하기 위해 내부 논의 중이다. 실망감을 안고 돌아가신 많은 관객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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