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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원, “성폭력 무혐의 처분 있다고 무고죄 유죄 아냐”

등록 2019-07-14 09:43수정 2019-07-14 14:30

“신체접촉 용인했더라도 언제든 번복 가능”
대법원. 한겨레 자료 사진
대법원. 한겨레 자료 사진
성폭력 고소 사건이 무혐의 처분이 났더라도 성폭력 사실을 신고한 피해자의 무고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다움’을 근거로 허위고소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되며, 동의를 번복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하는 경우 성폭력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 ㄱ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대법원은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 사실에 관해 불기소 처분 내지 무죄가 내려졌다고 하여 그 자체를 무고하였다는 적극적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라며 “개별적, 구체적 사건에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처하였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하였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우면 안 된다”라고 판단했다.

ㄱ씨는 2014년 직장 동료 최아무개씨가 강제추행했다고 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최씨가 기습입맞춤을 하는 등 강제추행했다고 신고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했다. 이후 최씨는 ㄱ씨를 무고로 고소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들은 성추행 전 두 사람이 손을 잡는 등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무고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배심원 7명 중 6명이 유죄라고 봤다. 2심도 1심 배심원들의 평결을 따랐다. 피고인이 실제 두려움을 느꼈다면 근처 편의점 직원이나 근처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야했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ㄱ씨의 고소내용이 허위라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입맞춤 이전에 손을 잡는 행위나 최씨가 유형력 행사나 협박성 발언을 했는지, ㄱ씨가 강제추행을 당한 직후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등은 기습추행 사실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신체접촉을 용인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언제든 그 동의를 번복할 수 있고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의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에 대해서는 이를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며 기습추행이 있기 전 신체접촉이 있다고 해 입맞춤까지 동의하거나 승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성범죄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가해자와의 관계나 구체적 상황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개별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판례를 들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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