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압수한 ‘에토미데이트’. 사진 강남경찰서 제공
‘제2의 프로포폴’이라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병원에 납품한 것처럼 속여 빼돌린 뒤 유흥업체 종사자들에게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 1750박스(4억1000만원 상당)를 불법 판매하고 유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중간유통업자 ㄱ(39)씨와 ㄴ(34)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또 이들과 공모한 유통 도매업자와 제약회사 직원, 병원 관계자 등 3명은 불구속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의 수사 내용을 종합하면, 유통 도매업자는 제약회사 직원과 에토미데이트를 빼돌리기로 공모한 뒤 평소 의약품 납품 거래가 있는 병원 관계자와 짜고, 약품을 납품한 것처럼 위장했다. 유통 도매업자는 빼돌린 에토미데이트를 ㄱ씨와 ㄴ씨에게 넘겼고, ㄱ씨 등은 주로 강남의 유흥업소 종사자들에게 해당 제품을 주사하거나 판매했다. ㄱ씨 등은 에토미데이트를 실제 가격보다 23배가량 비싸게 판 것으로 확인됐다.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 또는 한의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과 같이 전신 마취 효과를 내는 의약품이다. 하지만 프로포폴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것과 달리 에토미데이트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프로포폴보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자유롭다.
중독사를 부를 수 있는 프로포폴과 달리 에토미데이트는 학술적으로 생명에 위험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투약 뒤 의식 저하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한 모텔에서는 20대가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뒤 익사한 것으로 보이는 변사체가 발견됐으며,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에토미데이트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직접 사인은 익사였으나 에토미데이트 투약 때문에 의식이 저하한 상태에서 익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무자격자에 대한 전문의약품 판매 등의 행위가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에토미데이트 남용에 주의해야 한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과 공유해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불법적인 판매 유통 사범에 대해 지속적으로 엄정 대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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