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의 실소유주로 뇌물·횡령 등의 혐의를 받아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으로 수감 중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보석 대가로 약속한 조건을 위반해 사건관계자를 회유하고 진술을 뒤집도록 종용하고 있다고 검찰이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최측근’이었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애초 이 전 대통령에 불리하게 작용했던 진술을 번복하는 사실확인서를 재판부에 낸 것이 이 전 대통령 쪽 회유 때문이라는 취지다.
4일 검찰은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서 “김 전 실장이 제출한 사실확인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쪽 김아무개 비서관 부탁으로 작성됐다”며 “김 비서관은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의 청와대 방문 행위에 대해 검찰 진술을 번복하는 취지로 사실확인서를 작성해달라고 김 전 실장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6일 이 전 대통령 쪽 변호인단은 김 전 실장한테서 받았다는 사실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 전 실장은 사실확인서에서 “이학수 전 부회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종전 진술을 번복해 ‘이 전 부회장을 보지 못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집사 중의 집사’로 불리던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지난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 혐의와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 등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쪽이 기소 뒤 오랫동안 확보하지 못했던 사실확인서를 석방 뒤 단기간에 확보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전 실장 등이 작성한 사실확인서는 이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보석으로 석방된 뒤 다섯 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제출됐다. 그 시기 이 전 대통령은 5월15일부터 6월5일까지 김아무개 비서관,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등을 5차례 접견했다고 한다. 김씨와 장씨는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과정에서 입건된 ‘사건 관계인’이다. 김아무개 비서관은 과거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 일했던 김 전 실장의 직속 하급자로, 현재 관련법(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만들어진 이 전 대통령 쪽 비서실에서 일하고 있다. 검찰은 김 비서관이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한 뒤 김 전 실장을 만나 사실확인서를 써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0일 동안 5차례 회의를 할 정도로 급박하고 중요한 사안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근무연이 있는 김 비서관을 통해 진술 번복이 종용된 점, 1심부터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줄곧 부인해왔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사실확인서가 제출된 점 등을 볼 때, 보석 조건을 위반해 보석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 쪽은 김 전 실장의 사실확인서는 이 전 대통령과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실장한테서 진술서를 받은 날짜(3월20일)와 김 비서관이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한 날짜(5월15일)를 볼 때, 이 전 대통령이 김 비서관을 시켜 진술서를 제출하라고 종용했다는 검찰 주장은 허위라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사건 관계자와 연락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 품위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석 조건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고, 어떤 위반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양쪽 설명을 들은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보석 조건에 변화는 없다면서도 “추가 접견은 자제해달라. 정말 부득이한 경우에만 신청해달라”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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