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에서야 등록돼 필터링 의무 갖게 된 모바일 웹하드
과기정통부 중앙전파관리소, “우린 계약서만 확인”
방송통신위원회, “등록 직후 금칙어 필터링 확인 불가능”
한사성 조사 결과, 모바일 웹하드 필터링 제대로 작동 안해
과기정통부 중앙전파관리소, “우린 계약서만 확인”
방송통신위원회, “등록 직후 금칙어 필터링 확인 불가능”
한사성 조사 결과, 모바일 웹하드 필터링 제대로 작동 안해
한 웹하드 사이트에 올라온 불법촬영물로 보이는 영상을 누릅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요청으로 차단돼 다운로드가 불가능하다는 안내가 뜹니다. 핸드폰으로 같은 웹하드 업체의 모바일 사이트에 접속해 동일한 영상을 눌러봤습니다. PC 사이트에서는 차단됐다는 영상이 아무런 경고 없이 재생됩니다. 한 성인 남성이 어려보이는 여성과 성관계하는 영상이 여과없이 뜹니다. 같은 영상이 PC 사이트에서는 막히고 모바일 사이트에선 뚫립니다. 모바일 웹하드 규제, 잘 작동하고 있는 걸까요?
2018년 말까지 모바일 웹하드는 규제를 받지 않았습니다. 웹하드, 즉 특수유형 부가통신사업자를 관리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웹하드는 2018년 12월에서야 사업자로 등록됐습니다. 그전까지는 ‘불법음란정보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인 필터링 의무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웹하드 업체의 주장이 반영된 까닭입니다. 2016년, 정부가 모바일 웹하드를 등록하려 할 때, 웹하드 업체는 ‘PC와 모바일 사이트를 연동해 운영하니 모바일 웹하드를 따로 등록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을 받아들인 정부는 모바일 웹하드 등록 연기를 결정했습니다. 2018년 10월,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감 자료를 통해 필터링의 예외 공간인 모바일 웹하드를 정부가 사실상 방치한다고 지적하고 나서야 모바일 웹하드에 대한 등록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문제는 등록 과정에서 모바일 웹하드가 필터링 의무를 지키는지 유관 부서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모바일 웹하드의 등록 주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입니다. 중앙전파관리소는 모바일 웹하드를 등록할 때 업체가 ‘기술적 조치 실시 계획’을 지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계획에 따라 모바일 웹하드 업체는 ‘해당 기술(필터링)을 24시간 상시 적용’해야 할 의무를 가집니다.
그러나 중앙전파관리소는 필터링이 실제 적용되는지 점검하지 않았습니다. ‘24시간 필터링을 적용하겠다’는 문구가 계약서에 있는지만 확인했을 뿐입니다. 모바일 웹하드 업체가 문구만 계약서에 넣고 실제 모바일 사이트에 필터링을 적용하지 않아도 등록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중앙전파관리소 쪽은 “등록 뒤 방통위 등 유관부서가 필터링을 점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방통위는 필터링이 작용되는지 완벽히 점검했을까요? 취재 결과, 그러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모바일 웹하드에 금칙어 필터링이 적용돼야 ‘국노’나 ‘몰카’ 등 특정 단어가 포함된 자료를 업로드 할 수 없게 막을 수 있습니다. ‘금칙어 필터링’은 영상 파일의 고유한 특성으로 콘텐츠를 인식하는 ‘DNA 필터링’이나 파일마다 존재하는 특정 형식으로 불법 여부를 파악하는 ‘해시 필터링’과 달리 가장 낮은 수준의 필터링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방통위는 금칙어 필터링을 등록 직후 이뤄지는 모니터링 과정에서 점검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은 방통위의 설명입니다.
“금칙어는 등록 직후 이뤄지는 모니터링 과정에서 점검하기 어렵다. 모바일 웹하드 사업자가 어떤 데이터 베이스를 적용하고 있는지 알아야 점검이 가능한데 등록 직후 하는 모니터링 정도로는 파악하기 불가능하다. 따로 현장 점검을 나가야지만 금칙어 필터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등록 주체인 과기정통부 중앙전파관리소는 계약서 문구만 확인하고, 관리감독 주체인 방통위는 금칙어 필터링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유관 부서의 ‘공백’ 아래, 모바일 웹하드는 필터링이 완벽히 작동하는지 점검되지도 않은 채 등록된 상태에서 운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가 1월 발표한 ‘모바일 웹하드 전수조사’ 자료는 ‘공백’이 낳은 결과물을 여실없이 보여줍니다. 한사성은 새로 등록된 모바일 업체 44개를 전수조사 했습니다. ‘국노’, ‘몰카’ 등의 키워드 10개를 모바일 웹하드에 직접 검색하는 식으로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필터링이 제대로 작동하는 모바일 웹하드가 있는 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바일 웹하드도 상당수인 걸로 드러났습니다. 금칙어 필터링은 일정하게 작동하지도 않았습니다. 특정 웹하드에서 ‘국노’나 ‘국산’의 검색은 안 되는 반면, ‘굳노’나 ‘국no’의 검색은 가능한 식입니다. ‘국노’, ‘유출’ 등 키워드 10개를 검색했을 때, 금칙어 필터링이 제대로 작동돼 검색이 모두 불가하게 나타난 웹하드는 단 한 곳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웹하드 43곳에서는 금칙어 필터링이 들쭉날쭉하게 적용된 걸로 나타났습니다. 정식 등록된지 1달도 되지 않아 모바일 웹하드가 필터링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게 드러난 겁니다.
모바일 웹하드를 모니터링했던 한사성의 이효린 대표는 “한사성이 직접 지원하는 피해자는 아니더라도 명백히 피해 촬영물로 보이는 듯한 영상물도 발견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사실 금칙어 필터링은 가장 낮은 수준의 필터링인데 방통위가 이것조차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합법적인 사이트라면 당연히 불법촬영물을 단 한 개라도 유통해서는 안 된다. 적법한 플랫폼 사업자 중에 불법촬영물을 유통해 수익을 창출해내는 사업자는 사실상 웹하드가 유일하다. 불법 촬영물로 수익을 창출해 유지될 수 있는 사업이라면 당연히 사장되는 게 맞다.”
2018년 9월까지 방통위 조사 결과, 디지털성범죄 영상물을 가장 많이 유통한 웹하드 업체에 <한겨레>가 직접 질문이 담긴 메일을 보내고 찾아가는 등 수차례 답변을 요구했지만 따로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언론 보도를 통해 웹하드 수익의 80~95%가 음란물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규제가 강화된 지금도 불법촬영물 등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불법촬영물이 올라오고 검색되는 걸 막는 필터링이 모바일 웹하드에서 제대로 작동되는지, 유관부서의 더욱 면밀한 점검이 필요해보입니다. 모바일 웹하드의 문제점과 관리 공백 실태, 영상으로 실감나게 확인해보시죠.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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