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한 달여 앞둔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적한 검찰 과오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다음달 24일 퇴임을 앞둔 문무일 검찰총장이 과거 검찰의 권한 남용을 사과하고 정치적 중립과 공정한 수사를 약속했다.
문 총장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검찰과거사 진상조사 결과 관련 검찰총장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문 총장은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공정한 검찰권 행사라는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깊이 반성한다”고 말을 시작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017년 12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년 6개월동안 과거 검찰권 남용 사례로 지적됐던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 △김근태 고문 은폐사건(1985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1991년) △피디수첩 사건(2008년) △남산 3억원 제공 등 신한금융 사건(2010년) △약촌오거리 사건(2000년) △한국방송(KBS) 정연주 사장 사건(2008년) △삼례 나라슈퍼 사건(1999년) △이명박 정부 민간인 사찰 사건(2010년) △유우성 증거조작 사건(2012년) △낙동강변 살인사건(1990년) △장자연 리스트 사건(2009년) △김학의 전 차관 사건(2013년) △용산참사 사건(2009년) 15개 사건을 조사한 뒤 검찰에 제도 개선 등을 권고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왼쪽 셋째)과 오인서 대검찰청 공안부장(왼쪽 둘째)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울삶’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검찰의 과오를 사과하고 있다. 한울삶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원들의 생활공동체이다.
문 총장은 “위원회의 지적과 같이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국민의 인권이 유린된 사건의 실체가 축소·은폐되거나 가혹 행위에 따른 허위자백, 조작된 증거를 제때 걸러내지 못해 국민 기본권 보호의 책무를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사건에서 중립성을 엄격히 지켜내지 못하거나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하여 사법적 판단이 끝난 후에도 논란이 지속되게 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큰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검찰은 과거의 잘못을 교훈 삼아 향후 권한을 남용하거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와 절차를 개선해 나가고, 형사사법절차에서 민주적 원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총장은 지난해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고 박정기씨,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한 바 있다. 지난 17일에는 민주화운동과정에서 숨진 희생자들의 유가족 공동체인 ’한울삶’을 방문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