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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권운동가가 위장취업자로…조작된 법무부의 ‘난민 면접’

등록 2019-06-18 17:45수정 2019-06-18 20:40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

면접서류 복사한듯 동일…성별도 뒤바껴
“외부감독 없이 밀폐된 곳서 면접” 지적도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집트 인권운동가 라힘(가명)은 이집트 정부의 위협을 피해 2016년 5월 아내와 함께 한국에 왔다. 라힘은 2008년 봄 4·6청년운동을 주도하며 이집트 독재정권 호스티 무바라크 등에 대항하는 시위를 벌였는데, 이집트 정부는 2014년 4월 라힘이 속한 단체를 불법 단체로 지정했다. 한국에 온 라힘은 그해 6월 난민 신청을 했다. 난민 인정을 위해 면접을 본 라힘은 인터뷰 내내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동안 어디서 시위를 했고 몇 번이나 체포됐으며, 군인이 어떻게 다리를 부러뜨렸는지 등을 말하려 했는데 면접 심사관은 간단히 답하라며 자료 제출도 요구하지 않았어요. 돈이 얼마나 있는지 등 신청서에 적힌 내용과 관련 없는 질문만 해댔죠” 법무부는 라힘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난민 불인정 이유를 알아보던 라힘은 진술서에 자신이 하지 않은 말이 적힌 사실을 알게됐다. 서류에는 라힘이 ‘거짓으로 난민 신청을 했으며,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면 이집트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라힘은 결국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오랜 법정 다툼 끝에 지난해 난민 인정을 받았다.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증언대회에 참석한 5명의 난민 신청자들은 ‘한국에서 일을 하기 위해’ 난민을 신청한다고 출입국사무소 면접 서류가 잘못 적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아랍인 무나(가명)는 “난민 인정을 거절 당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찾아간 법원에서 내 성별이 여자가 아닌 남자로 기재돼 있다는 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난민 신청자들의 행정 소송을 대리했던 권영실 변호사는 출입국사무소의 난민 면접조서가 복사해 붙여 넣은 것처럼 동일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난민 허위면접 조서 사건과 관련해 유사 사례를 모아보니 면접조서가 거의 복사한 듯 똑같았고, 통역인의 서명도 동일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증언대회를 주최한 난민인권센터의 김연주 변호사는 “난민 면접을 담당하는 난민심사관은 전권을 가질 정도로 난민 신청 결정에 중요하고 유일한 역할을 한다”며 “그럼에도 난민 면접 조사가 밀폐된 공간에서 외부 관리감독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난민인권센터는 난민심사 과정에서 난민심사관과 아랍어 통역인에 의한 면접조서가 허위로 작성된 것과 관련해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낸 상태다.

한편, 면접조서 허위 작성과 관련해 법무부는 “2016년 서울과 양주 출입국·외국인청 소속 난민 전담 공무원 등 3명에 대해 1차 조사를 마쳤고, 인권위 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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