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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농촌 여성 노인, 남성보다 건강 상태 나쁘고 우울감 높다

등록 2019-06-14 12:08수정 2019-06-14 19:59

인권위 실태조사 “도시보다 가부장적인 농촌, 고령화 정책에 성인지 관점 필요”
독거 비율, 손·자녀에 의사 결정 맡기는 등 여성 노인은 자립도도 낮아
여름철 경로당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여름철 경로당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경로당은 아직 할머니 방, 할아버지 방으로 되어 있는데 거의 할머니들이 많은데 큰방이 할아버지 방이에요. 그래서 제가 회장님한테 할아버지 방, 할머니 방 바꾸는 거 어떠냐고 물어보면 안 된대요. 큰일 난대요. 할아버지들은 서너명 있는데 방도 크고 티브이도 크고 바둑이나 장기 하고 있고, 공간이 널널한데, 할머니들은 좁아서 바글바글하고….” -사회복지사 ㄱ씨

“복지관에 와서 힘들었던 게, 어르신들의 체질 개선이 힘들어요. 인식 개선이나 이용시설이다 보니 배우러 오시려고 하다가 왜 안 배우시냐고 하면 바깥어른이 하지 말라고 했다더라는 이야기를 하세요. 자신의 불이익을 받는 것, 가족, 마을도 그러한 분위기가 팽배해서 주장하지 못합니다.“ -사회복지사 ㄴ씨

“특히 여자 어르신들은 젊어서도 남편한테 치이고 나이 드셔서는 자식한테 치이고 본인조차 인권을 찾으려고 노력도 안 했고 인제 와서 인권을 찾게 해드리면 어떤 어르신들은 불편하다고. 여태 모르고 그냥 살아왔는데 이제서 알면 교육받으면 바뀌는 것이 뭐가 있냐고 오히려 이렇게 반문하세요. 왜냐하면 앞으로 살날은 더 적잖아요. 근데 그걸 몰라서도 잘 살아왔다는 것이죠.” -사회복지사 ㄷ씨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 노인들의 인권 상황이 남성 노인들보다 훨씬 열악하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농촌의 경우 도시보다 남성 중심 가부장적인 문화가 더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농어촌지역의 가부장적 문화 등으로 발생하는 여성 노인 인권의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고령화 정책에 성인지 관점을 반영하라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인권위는 2017년 실시한 ‘농어촌 노인 인권 상황 실태조사’(실태조사)의 결과에 따라 이같이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농촌 지역 여성 노인이 남성 노인보다 삶의 질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주관적 건강 상태의 차이에서 남성 노인은 5점 만점에 3.3점인데 견줘 여성 노인은 0.2점에 불과해 남성 노인의 주관적인 건강 상태가 여성 노인에 견줘 16.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 수준도 여성 노인의 경우 15점 만점에 3.83점으로 남성 노인(3.09점)보다 더 높았다. 삶의 만족 차이에서도 남성 노인은 5점 만점에 2.9점인데 여성 노인은 2.7점으로 나타났다.

농촌 지역 여성 노인들은 남성 노인보다 자립도도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인의 삶에 대한 중대한 결정에서 있어서 최종 결정권자로는 남성 노인의 경우 본인이 86.9%로 가장 많았던 반면 여성 노인은 본인이 65.6%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자녀에게 중대 결정을 맡기는 비율도 남성 노인은 4.1%인데 견줘 여성 노인은 15.8%였다. 여성 노인들의 경우 독거의 비중이 높고, 의사 결정도 자녀의 의지에 따르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이에 인권위는 “여성 노인의 인권이 남성 노인에 견줘서 열악한 것은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농촌의 경우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문화가 더 강하기 때문에 여성 노인에 대해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농어촌지역 여성 노인의 취약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성평등 관점에 입각한 농어촌 여성 노인 인권 증진 대책을 별도로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 밖에도 인권위는 “복지서비스 및 사회기반시설 부족에서 비롯되는 여러 불편함은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에 견줘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이 더욱 크게 체감하고 있다”며 “농어촌 지역에서 접근성이 우수하고, 인지도와 이용률이 높은 경로당을 중심으로 지역별 특성에 맞는 복지기능을 강화하고, 농촌 지역 노인들의 복지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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