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한빛 피디의 동생인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 사진 박종식 기자
“새벽 4시에 (촬영을) 끝내놓고 2시간 동안 자라고 찜질방을 보냈어요. 그런데 다들 찜질방에 가지 않고 현장 버스에 남아있어요. 쉬러 가면 다시 깨기 어려울 테니까요.”, “새벽까지 촬영하고 ○○으로 넘어가야 했어요. 결국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크게 났어요.”
고 이한빛 피디의 피디의 동생인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가 쓴 <가장 보통의 드라마>(필로소픽)는 부제 그대로 ‘드라마 제작의 슬픈 보고서’이자 ‘살인적 노동 현장 고발서’이다. 형이 남긴 2년간의 기록과 촬영·조명·미술팀 등 실제 현장에서 일한 스태프의 제보, 인터뷰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이 이사는 10일 <한겨레>와 만나 “현장에서 끊임없이 터지고 있는 안전, 임금 문제를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2016년 10월 드라마 <혼술 남녀>의 조연출로 일하던 이 피디가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떠밀고 내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현장에서는 종합적으로 문제가 터진다. 드라마 <화유기> 촬영 때는 (스태프가 세트장에서 떨어지는) 안전 문제가 불거졌고 여러 드라마에서 장시간 촬영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임금을 못 받았다거나 성폭력에 노출됐다는 제보도 있었다”며 “현장에 어떤 문제들이 산재되어 있는가를 시민들에게 안내할 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책을 쓰기 위해 이 이사는 직접 에이디(AD·감독을 보조하는 스태프)나 단역 배우로 일하기도 했다. 그가 현장에서 체감한 현실은 결국 근로계약의 문제로 수렴됐다. “개인사업자로 방송국이나 제작사와 개별 계약을 맺는 ‘턴키방식’이 근본 문제”라며 “스태프들은 실제로는 방송국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지만 노동자성을 인정을 받지 못하고 ‘4대 보험’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 보호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 센터를 열 때는 ‘과연 스태프들이 노동자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는데 지금은 노동자인 것은 기본이고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단계까지 왔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으니 근로 계약 조건의 궁극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보통의 드라마>는 이달말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판매 수익의 일부는 방송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캠페인에 쓰일 예정이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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