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경찰은 어떻게 ‘리바이어던’이 되었나
박근혜 정권, 입맛 맞는 정보 ‘하명’에
국회·행정부처·언론사·경로당…
‘수족’ 구실 IO가 밑바닥 정보 훑어
정보별 VIP에 직보·수석실에 전달
고위직 실적 따라 요직 승진 거듭
‘휴업’ 40여일만에 열린 사개특위
‘경찰, 정보기능 떼어내자’ 안건에
민갑룡 청장 ‘경찰 손발 자르나’ 반발
박근혜 정권, 입맛 맞는 정보 ‘하명’에
국회·행정부처·언론사·경로당…
‘수족’ 구실 IO가 밑바닥 정보 훑어
정보별 VIP에 직보·수석실에 전달
고위직 실적 따라 요직 승진 거듭
‘휴업’ 40여일만에 열린 사개특위
‘경찰, 정보기능 떼어내자’ 안건에
민갑룡 청장 ‘경찰 손발 자르나’ 반발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신명(앞)·이철성(뒤) 전 경찰청장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보경찰의 힘은 ‘브이아이피’(VIP·대통령)의 눈을 붙잡을 수 있는 ‘직통보고’에서 나왔다. 경찰청 정보국에서 생산돼 청와대에 전달되는 보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A보고’가 있다. ‘문발’로 청와대 부속실을 통해 대통령에게 직보되는 핵심 보고서다. ‘문발’은 ‘문서를 발 달린 사람 편에 보낸다’는 경찰 은어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A보고는 일주일에 한차례 정도 이뤄지는데, 주로 ‘민심 동향’ 제목이 달린다. 특히 선거철에 ‘호남 분위기’ ‘경북 분위기’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보고됐다고 한다. 청와대 지시로 만들어지는 ‘대통령 별보’도 있다. 대통령이 읽는 A보고는 몇 쪽에 그치지만,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을 거쳐 정무수석실에 보고되는 별보는 양이 많고 훨씬 구체적이다. 2016년 총선 당시 ‘대구 정가 보고서’ 등이 별보로 작성됐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청와대 각 수석실로 전달되는 ‘정책정보’가 있다. ‘정책정보’는 전국 각지의 정보경찰과 국회·행정부처·언론사 등을 출입하는 정보분실 소속 정보관(IO)이 수집한 밑바닥 정보가 압축돼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경찰은 정책정보 명목으로 반대파 정치인 등을 사찰·견제하기 위해 지역 서점, 경로당까지 훑은 뒤 견제 방안 등을 제안했다. ■ ‘고속 승진’ 고위직 정보경찰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며 정권과 ‘한몸’이 되었던 고위직 정보경찰은 ‘요직 승진’으로 보상받았다. 이번에 구속기소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승진 경로가 대표적이다. 2007년 정치 관련 정보를 수집·생산하는 핵심 보직인 경찰청 정보2과장을 지낸 강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행정관, 경찰청 정보국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 초대 사회안전비서관을 맡았다. 이어 서울경찰청장을 거쳐 경찰청장 자리에 올랐다. 검찰 기소 내용에는 2012년 경찰청 정보국장, 2016년 경찰청장 시절 선거 개입 정보활동 지시 등이 포함됐다. 2016년 총선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정창배),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박기호)도 박근혜 정부 시절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총경→경무관→치안감으로 고속 승진했다. 이들이 ‘영전’을 거듭하던 시기는 정보경찰이 총선과 지방선거 등에서 노골적인 선거개입 문건 등을 작성했던 시기와 고스란히 겹친다. ■ ‘실적 압박’ 하위직 정보경찰
정보경찰의 대부분을 이루며 ‘수족’ 구실을 하는 것은 하위직 정보관이다. 전국에 3천명가량 있다. 정부 기조에 맞는 정보를 생산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인사평가 시스템 속에서 불법적인 정보수집 활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통령 또는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나온 ‘강조사항 말씀’이 정무수석을 통해 치안비서관실에 전달되면, 이는 다시 경찰청 정보국을 통해 전국의 정보경찰에 전파된다. ‘대통령 국정철학’이 정보수집 가이드라인이 되는 셈이다. 경찰은 “평소 (대통령의) 말씀, 강조사항, 행동 등을 유심히 살펴 국정기조에 맞는 보고서를 작성해야만 국민의 불편·불만을 전달할 수 있다”(정보경찰 대상 자체 교육자료)고 강조해왔다. ‘기조’에 맞는 정보는 ‘채택’되지만 그렇지 않은 정보는 ‘킬’(폐기)됐다. ‘정책정보’로 채택된 보고서가 많은 정보관은 ‘가점 평가’를 받는다. 실적은 순위가 매겨져 ‘공지’됐다. 경쟁을 부추긴 것이다. 검찰은 “일부 정보경찰은 스스로를 ‘점수의 노예’라며 한탄했다”고 전했다. 임재우 서영지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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