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홍익대학교 노학연대체인 ‘모닥불’이 홍익대 경비인력 감축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모닥불’ 제공.
지난 2017년 여름 홍익대학교 안에서 농성을 벌이다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노동자와 학생들은 “폭력도 없는 정당한 집회였는데 유죄 판결이 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김병만 판사는 2017년 7월과 8월 “시급 830원을 올려달라”며 홍익대 문헌관 사무처 등을 점거한 김민철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조직차장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박진국 공공운수노조 홍익대 분회장에 벌금 3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 조태림씨에 대해선 벌금 200만원에 선고유예 1년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2017년 7월21일 일반적으로 집회가 허락되는 개방된 장소가 아닌 홍익대 사무처 사무실 및 사무처장실까지 난입해 연좌농성을 하며 근무 중인 직원들의 업무수행을 방해했다. 같은해 8월22일에는 총장의 앞을 가로막아 구호를 외치고 고음의 사이렌 소리를 내는 등 소란을 피웠다”며 “사무처 직원들이나 사무처장들은 상당한 정도의 위압감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쟁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범행의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집행유예 등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2017년 1월께부터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7600원 가량이던 시급을 8450원가량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용역업체에 교섭을 신청했다. 하지만 노동자와 용역업체는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쟁의 조정도 실패했다. 결국 청소·경비노동자들은 그해 7월21일 홍익대 문헌관 사무처에서 연좌농성을 했고 한달 뒤인 8월 22일에는 홍익대 체육관 인근에서 학위 수여식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총장에게 “진짜 사장인 홍익대가 문제를 해결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에 홍익대는 같은해 10월 업무방해와 공동주거침입 등으로 노동자
7명을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3명만 재판에 넘겼다.
홍익대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당시 농성이 정당한 쟁의행위였다는 점에서 선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분회장은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017년 1월부터 시급을 830원 올려달라며 당시 용역업체와 7차례 가량 교섭을 했는데 업체 쪽에서는 100원만 올려줄 수 있다고 했다. 이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2차례 조정 절차를 거쳤는데 그래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농성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차례 교섭 결렬 후 단체행동권을 갖고 정당한 쟁의를 한 것인데 유죄가 나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우리에게는 홍익대 교수나 교직원이 두려운 존재고 ‘높으신 분’인데 우리가 그들에게 위압감을 주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힘이 없는 게 잘못이고 가난이 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함께하는 노학연대체 모닥불의 김민석(22) 위원장도 “당시 집회는 총장과 학교를 설득한다는 취지의 비폭력 집회였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수준의 행위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고령의 노동자를 밀쳐내고 물리적인 힘을 가한 것은 학교였다”며 “폭력을 쓴 쪽이 고발과 고소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를 두고 정당한 쟁의가 아니었다고 보는 법원의 판단 역시 슬프게 느껴진다”며 “이번 판결로 학내 노동자들의 투쟁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선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