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한 명이 한 개의 병원만 개설·운영하도록 한 의료법 위반 병원에도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건의료 단체 등은 기업화 우려가 큰 ‘네트워크 병원’의 길을 터 준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척추 전문 네트워크 병원인 ‘튼튼병원’의 경기지역 병원장 홍아무개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진료비 지급 소송에서, 원심 판단을 깨고 홍씨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료법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행위’ 등을 제한하고 있으나, 이런 의료기관도 병원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해 개설되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불법 네트워크 병원이라도 의료법 기준을 충족하는 의사가 개설한 병원이라면 진료 행위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민건강 보호·증진이라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입법 목적이 의사와 의료기관의 기준을 규정한 의료법의 목적과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홍씨는 2012년 의사 박아무개씨가 운영하던 경기 안산 튼튼병원을 넘겨받아 운영해 왔다. 박씨는 이곳 외에도 경기 일산·안양, 대전 등에도 다른 의사 명의로 튼튼병원을 운영했다. 네트워크 병원인 셈이다. 검찰은 동일 의료인의 병원 이중 개설·운영을 금지하는 의료법(제33조8항) 위반이라며 박씨를 기소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를 이유로 홍씨가 청구한 요양급여 지급을 거부하자, 홍씨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요양급여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며 공단 쪽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 4년5개월 만에 네트워크 병원 쪽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대해 김준래 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변호사)은 “의료법을 어겼어도 의료서비스의 질이 담보되기 때문에 요양급여를 환수하지 않아도 된다면 ‘사무장 병원’ 역시 의사가 진료하니 불법이 아니란 말이냐. 법원 판단에 일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도 반발했다. 김형성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복수로 병원을 개설·운영해도 형사처벌은 벌금 1천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연간 수억원씩 하는 요양급여 환수가 그나마 제동장치 역할을 했는데, 대법원이 법리 해석에 치우쳐 징벌적 제재가 사라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상훈 대한치과의사협회 ‘1인1개소법 사수 및 의료영리화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네트워크 병원은 사무장 병원과 마찬가지로 과잉진료 등의 폐해가 있다. 관련 법에 요양급여 환수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해당 의료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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