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 사진부터)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이 2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법원에서 열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첫 공판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법농단 의혹 첫 공개재판에 나와 “(검찰의 공소장은)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자문을 받아 한편의 소설을 쓴” 것이라며 비판을 쏟아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30일 검찰이 “검찰 뿐 아니라 (양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보석을 불허한 재판부를 모욕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날(29일) 사법농단 기소 후 처음 열린 공판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은 검찰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80명이 넘는 검사가 8개월이 넘는 수사 끝에 300페이지가 넘는 공소장을 창작했다. 법관생활 42년 동안 이런 공소장은 처음 봤다”며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자문을 받아 한편의 소설을 쓴 것이다. 공소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박 전 대법관도 “재판 거래니, 사법농단이니 말잔치만 무성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속수무책으로 떠밀려왔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의 비난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보석신청을 불허한 법원을 ‘모욕’하는 것이라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는 양 대법원장에 대한 공소사실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판단해 구속상태를 유지했다”며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구속된 피고인이 공개법정에서 근거가 없는 주장으로 사법부를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심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에 대해서는 “영상녹화한 내용을 법정에서 틀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의 심문 과정이) 전부 영상녹화되어 있다”며 “그런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 영상녹화 시디(CD)를 법정에서 틀 수 있게 검증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월 검찰 조사 당시 조서열람에만 검찰 조사 시간(27시간)보다 긴 36시간30분을 할애하는 등 심문조서 검토에 이례적인 공을 들였다.
검찰은 수사가 자신을 처벌하려는 목적의 ‘사찰’이라는 양 전 대법원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한 게 아니라 법원에서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자체 조사를 했고 그 중 한 번은 양승태 대법원장 본인의 재직시절”이라며 “모든 수사는 외부자료가 아닌 법원이 작성한 문건과 이메일을 근거로 했다”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의 노골적인 재판 비협조로 6개월 내에 끝나야 하는 구속 사건이 4개월만에 처음 열렸다”면서 “일반 국민들 사건에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진짜 문제”라고 주장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