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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어린이 축구클럽 차량은 왜 보호자 동승의무 없을까요?

등록 2019-05-28 15:09수정 2019-05-28 20:18

‘송도 축구클럽 사고’ 재발 방지 위한 두 가지 쟁점

①어린이 통학차량 관련 법에 빠져 있는 축구클럽
②어린이 보호 위한 안전벨트 착용 규정 없는 법
15일 오후 7시58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앞 사거리에서 스타렉스 승합차와 카니발 승합차가 추돌해 초등학생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15일 오후 7시58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앞 사거리에서 스타렉스 승합차와 카니발 승합차가 추돌해 초등학생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지난 15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초등학생들이 탄 축구클럽 승합차와 또 다른 승합차가 추돌해 8살 초등학생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2주일 동안,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비판이 나왔습니다. 먼저 당시 차량에 코치이자 운전기사인 김아무개(24)씨만 탑승했고 다른 보호자는 없었다는 점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안전벨트입니다. 피해 학생들의 부모는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사고는 송도 축구클럽 아이들에게만 찾아온 ‘불운’이었을까요? <한겨레>가 어린이 통학차량의 문제를 정리했습니다.

■축구클럽은 왜 어린이 통학차량이 아닌가요?

서울에서 6살 아이를 축구클럽에 보내고 있는 유아무개(41)씨는 송도 축구클럽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선생님에게 전화해 동승자 배치를 요청했다가 황당한 답변을 받았습니다. 동승자가 있어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해줄 게 없으니, 동승자가 필요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 겁니다. 유씨는 “축구클럽에서 ‘자신들은 사고업체랑 무관하고 전혀 다르게 운영하니 안심해도 된다. 운전자가 안전하게 운전하고 있고, 어차피 동승자가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고가 나면 책임지겠다’는 답변을 했다”며 “왜 동승자 유무와 사고가 무관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유씨는 아이들 안전을 위해 부모와 논의하기보다 변명에 급급한 선생님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났다고 했습니다. 이후 유씨는 추가로 비용을 낸다는 전제로 동승자 탑승을 다시 요구했지만, 학원은 해당 시간에만 동승자 요구가 있는데 그 시간만을 위해 추가 인력을 고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는 미온적인 답변을 되풀이했습니다.

차 안에서 동승자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축구클럽 선생님의 말과 달리 현행 도로교통법은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어린이 통학차량의 경우 보호자가 동승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명 ‘세림이법’입니다. 조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53조(어린이통학버스 운전자 및 운영자 등의 의무)

③ 어린이통학버스를 운영하는 자는 어린이통학버스에 어린이나 영유아를 태울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보호자를 함께 태우고 운행하여야 하며, 동승한 보호자는 어린이나 영유아가 승차 또는 하차하는 때에는 자동차에서 내려서 어린이나 영유아가 안전하게 승하차하는 것을 확인하고 운행 중에는 어린이나 영유아가 좌석에 앉아 좌석안전띠를 매고 있도록 하는 등 어린이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법은 2013년 충북 청주시에서 김세림(당시 3살) 양이 통학차량에 치어 숨진 사고를 계기로 2015년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왜 법은 보호자를 동승하라고 했을까요? 동승자 없이 어린이들만 차량에 탑승했을 경우, 운전자는 운전 중에 아이들을 전혀 통제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안전벨트를 풀어도 제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지요. 반대로 운전기사가 보호자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면 운전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세림이법에도 불구하고, 송도 축구클럽과 유씨의 아이가 다니는 축구클럽은 별도의 보호자를 태우지 않고 도로를 질주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두 축구클럽은 법의 빈틈을 파고들었습니다. 도로교통법에는 반드시 보호자를 동승해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영해야 하는 시설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유아교육법에 따른 유치원이나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초등학교 또는 특수학교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학원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체육시설 등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축구클럽은 당연히 ‘체육시설’에 해당하여야겠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은 동승자 의무 체육시설을 15종류로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1. 등록체육시설업(3종): 골프장업, 스키장업, 자동차경주장업

2. 신고체육시설업(12종): 요트장업, 조정장업, 카누장업, 빙상장업, 승마장업, 종합체육시설업, 수영장업, 체육도장업(태권도, 유도, 검도, 권투, 레슬링, 우슈), 골프연습장업, 체력단련장업, 당구장업, 썰매장업

승마장업은 동승자 의무가 있지만 축구는 없습니다. 야구·농구·테니스 등 위 15종에 해당하지 않는 체육시설은 모두 동승자 의무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두 축구클럽은 ‘자유업종’인 서비스업으로 등록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동승자 의무가 없다 보니 대부분의 운영자들은 ‘비용’을 문제로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지 않습니다.

송도 축구클럽 사고 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세림이법의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지난 23일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이런 비극적인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교육·문화 등의 이용을 목적으로 어린이를 운송하는 모든 차량에 대해 ‘세림이법’을 적용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해 안전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송도 축구클럽 피해 학생의 부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
송도 축구클럽 피해 학생의 부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
■겨우 과태료 6만원…어린이 보호 못 하는 ‘안전벨트’

어린이 통학차량에는 동승자 의무 사각지대 외에도 또 다른 허점이 있습니다. 바로 안전벨트입니다. 몸에 맞지 않는 안전벨트가 오히려 어린이들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지만, 현행 규정은 허술하기만 합니다.

우선 현재 운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학원 차량들은 ‘유아용 보조장구’, 즉 유아용 안전벨트를 장착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새 도로교통법을 보면, 차량 탑승객은 모두 안전띠를 착용해야 합니다. 특히 만 6살 미만의 어린이는 카시트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반 시 6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전 좌석 안전벨트 의무화, 어린이 카시트 의무화가 시행됐다. 버스 등은 해당 규정의 적용이 2021년 4월까지 유예됐지만, 나머지 차량은 단속 대상”이라며 “법에서 규정한 어린이 통학차량이 아니라 하더라도 모든 차량에 만 6살 미만은 유아용 보호장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업체들은 어린이 보호장구 역시 비용 등의 문제로 도입에 미온적인 반응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은 보호자나 운송사업자 중에 누가 카시트를 장착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규정이 불분명하다 보니 학원 등에서 카시트 장착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지난 3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법은 만 6살 미만의 여객을 운송하는 운송사업자가 유아보호용 장구를 설치·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송도 초등학생들은 만 6살 미만이 아니어서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유아용 보호장구’ 착용 대상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 안전벨트 규정은 더욱 강화되어야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송도 축구클럽 사고 뒤 피해 학생들의 부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축구클럽에 축구한다고 차량에 태워 보낸 아이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라는 청원을 올렸습니다. (청원 바로가기) 부모들은 “숨진 아이들의 배와 허리에는 안전벨트로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성인용 안전벨트는 아이들의 사고를 막아주지 못했다”며 “노란 차였지만 (아이들을 위한 안전벨트 등의) 그런 시설 관리도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성인용 안전벨트가 아이들의 생명에 더욱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겨레>와 통화한 안전 전문가는 “키가 작은 아이가 성인용 안전벨트를 할 경우 끈이 목 위를 지나가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더욱 위험하다. 미국의 경우 키 144㎝ 이하는 별도의 보조 의자를 사용해 위치를 맞춰 주도록 하고 있다”며 “보호장구의 경우 나이뿐만 아니라 키 기준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허리만을 감싸는 2점식 안전벨트의 문제점도 지적합니다. 이 전문가는 “어른이든 성인이든 2점 지지보다는 3점 지지로 가는 게 맞다. 최근에 나오는 승용차는 뒷좌석도 모두 3점 지지다”라며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안전기준 규정을 바꾸고 유예기간을 줘서 3점식을 도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제 아들은 이미 죽었고 제가 무엇을 한다고 해도 살아나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그러나, 제가 가만히 있으면 이 시한폭탄을 제거하지 못할 것 같아 청와대에 묻습니다. 여전히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현실을 모른 채 아이들을 노란 차에 태우고 있으니까요. 미세먼지가 많고, 다들 바빠서 꼭 시간을 잡아야만 같이 뛰어놀 수 있는 1학년이라 많은 부모들이 저처럼 실내 축구학원에 아이들을 보낼 테니까요.

도대체 다음 희생자는 어떻게 막으실 건가요? 꼭 300명을 한꺼번에 잃을 때까지 기다리시겠습니까? 사교육 1등 국가, 맞벌이 가정에서 유아부터 청소년을 태우고 매일 질주하는 노란 차, 안전사고로 죽은 어린이들 지금까지 몇 명이었습니까? 출산율 저하라면서 8년 동안 잘 길러놓은 아이 하나 지키지 못한 정부에 그 아이를 가슴에 묻고 울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원통하고 슬픈 엄마들이 묻습니다.

-송도 축구클럽 사고 차량 부모의 청와대 청원글 발췌

‘도대체 다음 희생자는 어떻게 막을 건가요?’ 송도 사고 차량 부모들이 묻습니다. 언제까지 제도적 근거 없이 운영자들의 ‘선의’에 호소해야 하는 걸까요? 지금도 아이들을 태운 노란 차들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황춘화 선담은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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