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1시 홍익대학교 학생들이 신촌·홍대 일대 숙박업소에 대한 불법촬영 관련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1.
지난 3월20일 숙박업소 객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몰래 설치해 투숙객의 사생활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중계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박아무개(50)씨와 김아무개(48)씨, 임아무개(26)씨는 지난해 11월24일부터 지난 3월3일까지 영남과 충청권 30개 숙박업소 42개 객실에 무선 인터넷 프로토콜(IP) 카메라를 설치하고 투숙객 1600여명을 촬영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생중계한 혐의를 받는다. 렌즈 크기가 1㎜에 불과한 초소형 카메라가 셋톱박스 전면 틈새, 콘센트,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등에 뚫린 작은 구멍에 설치됐다. 이들은 이렇게 찍은 투숙객의 모습을 실시간 중계했고, 이 중계는 박씨 등이 운영하는 사이트 회원들에게 상업적으로 유통됐다. 박씨 등은 이런 수법으로 7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2.
지난해 7월17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숙박업소 3곳 17개 객실에 시시티브이(CCTV)를 설치해 4년간 불법촬영을 이어온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ㄱ(43)씨는 2014년 10월께부터 지난해 7월께까지 서초구에 있는 모텔 3곳을 돌면서 객실에 시시티브이를 설치하고 촬영한 영상을 와이파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의 컴퓨터에는 2만여 개의 불법촬영물이 저장돼 있었다. ㄱ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려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숙박업소 투숙객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모텔 등이 밀집해 있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불법촬영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투숙객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은 불특정 다수가 피해에 노출되는 범죄이지만, 성적 대상화의 주요 타깃이 20대 여성들인 데다 실제 불법촬영 피해자도 대부분 20대 여성이라는 점에서 대학생들이 이런 숙박업소 불법촬영 범죄에 더욱 취약하다는 주장이다.
홍익대 성인권위원회와 홍익대 공익인권법학회, 정의당 홍익대 학생위원회와 서울민중당 대학생위원회, 홍익대 노·학연대체 ‘모닥불’ 등 홍익대 학생 단체들은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촌과 홍대 일대 숙박업소의 불법촬영 장비 실태 등을 전수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라”고 경찰에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전수조사를 촉구한 배경에 대해 “지난 몇년 간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고 나름의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숙박업소는 영장이나 업주의 허가가 있어야만 단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전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특히 대학생 및 청년들이 이런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청년민중당 대학생위원회 활동가 류기환씨는 “20대 여성 청년이 주로 성적 대상화의 타깃이 되는 탓에 숙박업소 내 불법촬영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며 “대학생으로서 청년으로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숙박업소 불법촬영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홍익대 학생 단체들은 다음 주 초 경찰에 “신촌과 홍대 인근 숙박업소에 불법촬영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지 등을 밝히기 위한 전수조사를 실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제출할 계획이다. 류기환씨는 “신촌 지역에 모텔이 밀집되어 있는 데다 홍익대 대학생들이 모여 이번 활동을 계획한 만큼 우선 신촌과 홍대 일대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공문을 제출할 계획이지만, 이 일대를 넘어선 전 지역 숙박업소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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