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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소설가 김훈 “안돼, 안돼” 또 한 번 절규한 까닭

등록 2019-05-27 13:51수정 2019-05-27 19:03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자본 권력이 노동자 생명을 이윤 제물 삼아
야만적으로 학대하고 간접살인을 자행”
소설가 김훈이 27일 오전서울 종로구 관수동 전태일기념관에서 건강한노동세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노동건강연대 등이 연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 규탄 및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청년·시민사회 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소설가 김훈이 27일 오전서울 종로구 관수동 전태일기념관에서 건강한노동세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노동건강연대 등이 연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 규탄 및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청년·시민사회 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소설가 김훈씨가 정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하위법령의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씨는 지난 14일 <한겨레>에 ‘아, 목숨이 낙엽처럼’이라는 칼럼을 게재해 노동현장 하도급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왜냐면] 아, 목숨이 낙엽처럼 / 김훈)

건강한노동세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노동건강연대 등은 2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 규탄 및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청년·시민사회 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로 참석한 김씨는 ‘안 돼, 안돼! 절대 안 돼!!’라는 제목의 머리발언을 통해 “노동자들의 죽음은 일상화됐다. 해마다 노동자 2400여명이 노동 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죽고 있다”며 “이 비극은 자본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이며 관행적인 사태”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산업안전보건법은 비록 불완전하지만, 세월호가 일깨워준 국민의 여망을 모아서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법제의 틀로서 소중한 것이었다”면서도 “그러나 산안법의 하위법령은 모법의 정신을 크게 훼손하고, 모법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고 집행력을 무력화시켜서 법 전체를 공허하고 무내용한 작문으로 전락시켜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세월호의 교훈과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의 의미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씨가 말한 ‘모법과 하위법령의 충돌’에 대해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등은 “구의역 김군이 하던 궤도사업 점검과 설비보수 작업, 고 김용균씨가 하던 전기사업 설비의 점검과 설비보수 작업이 도급 승인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산안법 하위법령이 ‘위험의 외주화’를 용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정병욱 변호사도 “건설공사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가 필요한 장비를 시행령에서는 일부로 한정해 굴삭기, 덤프, 이동식 크레인 등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장비의 경우 안전조치 의무에서 배제됐다”며 “이 역시 산안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아울러 “산안법 시행규칙을 보면,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도 사업주의 요청이 있으면 재해 발생 뒤 일주일 이내에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 규칙도 작업중지를 통해 추가 재해를 방지하고 중대 재해 발생 원인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등은 △도급승인 대상 확대 △원청 책임 강화 △건설·기계 원청 책임 강화 △특수고용노동자 보호 조치 확대 △작업 중지 해제 심의 강화 등에서 산안법 하위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등의 주최로 ‘구의역 3주기 추모 토론회-청년노동자,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한 방법’이 열렸다. 참가자들도 역시 “28년 만에 산안법 전면 개정이 이뤄졌지만 하위법령 내용은 법 취지보다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과 간호사 최원영씨(건강권 실현을 위해 행동하는 간호사회)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각각 배달기사와 간호사들이 산재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소설가 김훈 발언 전문

안 돼, 안 돼! 절대 안 돼!!

김 훈 (작가,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

이제, 노동자들의 죽음은 일상화되었습니다. 해마다 노동자 2천 400여 명이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죽고 있습니다. 부상자들은 훨씬 더 많습니다. 이 비극은 자본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이며 관행적인 사태입니다.

국가권력이 국민을 고문하고 사법의 권능으로 살해해온 시대를 겨우 벗어나자 이제는 거대한 자본의 권력이 노동자의 생명을 이윤의 제물로 삼아 야만적으로 학대하고 간접살인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민의 각성은 고조되었고 국민과 정부의 인식은 새로운 시대를 향해 크게 전환되었지만, 일상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난 연말에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은 비록 불완전하지만, 세월호가 일깨워준 국민의 여망을 모아서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법제의 틀로서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이후에도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은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는데, 수많은 노동자들은 죽음과 죽음을 잇대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의 하위법령은 모법의 정신을 크게 훼손하고, 모법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고 집행력을 무력화시켜서 법 전체를 공허하고 무내용한 작문으로 전락시켜놓았습니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세월호의 교훈과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의 의미를 배반하는 것입니다.

노동은 노동자의 일상입니다. 노동자는 노동을 통해서 인격을 실현하고 생애를 건설하고 국가를 지탱시켜주고 역사를 진전시킵니다. 그러므로 국가는 노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산안법 하위법령에서 국가는 이 같은 의무를 모두 방기하고 자본의 이윤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이 같은 의무를 방기한다면 국민이 국회와 정부를 선출하는 의미가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반세기 전 바로 이 자리에서 분신한 젊은 노동자 전태일님은 마지막 숨을 거둘 때

―나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

고 외쳤습니다. 전태일님이 돌아가신 그 자리에서 우리는 50년 전의 외침을 똑같이 외칩니다.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

정부는 ‘산안법’ 하위법령을 노동의 현실에 맞게 바꾸어야 합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안 돼, 안 돼!

절대 안 돼!!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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